최근 경기 침체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을 노리는 불법사금융이 번지고 있다. 특히 분노를 금할 수 없는 것은 현금을 빌려주고 상품권으로 갚게 하는 신종 수법인 ‘상품권 사채’의 등장이다. 얼마 전 상품권 사채의 악랄한 추심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30대 여성의 뉴스를 접하며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다. 5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7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요구하는 연 2천%가 넘는 살인적 폭리였다. 이들은 채무자에게 다른 업체 빚을 통한 ‘돌려막기’를 강요하고, SNS 등에 개인정보와 채무현황을 공유하며 지인들까지 협박하는 악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정의 기초를 짓밟는 명백한 ‘경제적 살인’이다.
수법이 날로 흉포·지능화되는 상황에서 종전의 경고나 사후약방문식 단속만으로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범죄조직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스마트 치안’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우선 수사기관이 AI와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사이버 공간에 범람하는 불법대출 광고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불법 영업을 실시간으로 솎아내고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포렌식과 첨단 자금추적 시스템을 동원해 점조직화된 범죄 네트워크를 찾고 은닉된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해 환수해야 한다. 그래야 ‘범죄로는 단 1원의 이익도 얻을 수 없다’는 경고를 시장에 남길 수 있다.
단속과 처벌 못지않게 튼튼한 방파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불법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서민금융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피해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개입해 채무대리인 무료 지원 등을 제공하는 법률구제시스템도 촘촘하게 연계돼야 할 것이다.
불법사금융은 중대한 구조적 폭력이다. 서민들의 피눈물로 얼룩진 상품권 사채와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수사기관의 첨단 스마트 치안 역량 결집과 국가적 차원의 단호한 척결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신혜림 파주경찰서 경무과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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