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크레인 기사 표준단가 요구 파업 배경은?

 

법률상 예정가격의 64% 미달시 심사 규정

현장선 오히려 ‘64%’가 계약기준으로 굳어져

대부분 고정비… 비용 절감 어려운 구조

“기계 점검 인력 줄이게 돼… 안전관리 소홀”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가 전달된 음식을 받기 위해 크레인을 운전하고 있다. 2026.5.2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가 전달된 음식을 받기 위해 크레인을 운전하고 있다. 2026.5.2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표준시장단가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가운데(5월29일자 2면 보도), 현장에서는 저가 계약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장비 유지·관리 비용조차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대여금액이 도급금액(수급인 기준)의 82%에 미달하거나 예정가격(발주자 기준)의 64%에 미달할 경우, 발주자가 해당 대여계약의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나치게 낮은 대여료 계약을 점검해 타워크레인 사고를 예방하고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오히려 입찰 전 산정된 적정금액인 ‘예정가격’의 64% 수준이 사실상의 계약 기준처럼 굳어졌고, 이 기준이 대부분 고정비 구조인 타워크레인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 대부분이 기사에게 지급되는 인건비와, 주차·안전관리·정비 등 유지관리비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재료비를 줄이거나 공법을 변경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다른 건설업종과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이목지구디에트르더리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조 소속 30년 경력의 타워크레인 기사 A씨가 파업 중인 조합원에게 전달할 음식을 크레인 고리에 걸고 있다.  그는“평소에는 한두 달 정도 쉬면 다시 일을 했는데, 지금은 일감이 없어 13개월째 쉬고 있다”며 “IMF 이후 이렇게 오래 쉰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2026.5.2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이목지구디에트르더리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조 소속 30년 경력의 타워크레인 기사 A씨가 파업 중인 조합원에게 전달할 음식을 크레인 고리에 걸고 있다. 그는“평소에는 한두 달 정도 쉬면 다시 일을 했는데, 지금은 일감이 없어 13개월째 쉬고 있다”며 “IMF 이후 이렇게 오래 쉰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2026.5.2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특히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크레인을 세워두기보다는 낮은 금액이라도 계약을 따내 가동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예정가격의 64% 이하로 낙찰되더라도 적정성 심사를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 관계자(30년차 크레인 사업자)는 “조합 내 크레인 가동률이 2022년 79%에서 현재 37% 수준으로 줄어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업체들이 사실상 기사 인건비 정도만 보전되는 수준으로 수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낮은 낙찰가를 거부하고 싶어도 크레인은 세워두기만 해도 매달 백만원가량의 주차비가 들고, 계약을 거절하면 이후 수주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일을 맡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받는 임대료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보니 기계 점검 기술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안전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파업 중인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이 탑승한 타워크레인에 ‘표준품셈 전면 개편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6.5.2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이목지구 디에트르 더 리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파업 중인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이 탑승한 타워크레인에 ‘표준품셈 전면 개편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6.5.2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결국 저가 계약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건설 현장의 안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크레인 조종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날 수원시 장안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만난 30년 경력 크레인 기사 A씨는 “낙찰가가 떨어지다 보니 숙련자 대신 비전문 인력을 쓰려는 분위기가 강해져 통상 한두 달 쉬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3개월째 쉬고 있다”며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 타워’사용도 늘었는데, 몸으로 중량과 소리 등을 감지하며 조종하는 방식과 비교해 감각이 떨어져 전도 사고 위험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64% 적정성 심사 기준은 과거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기준이 현재 낙찰가의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고, 타워크레인 외 다른 건설기계(26종)와의 형평성과 기종별 특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세부 기준 마련을 위해 노조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