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장기 발전에 영향 미치는 핵심 정책
CMO 중심 바이오·전통 제조업 분야 시급
차기 인천시장, 현재 가진 산업자산 집중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한 역대 인천 지방선거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의 한 대학 연구팀이 AI를 활용해 개발한 지방선거 공약 분석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인천 지역의 경우 ‘도시개발’ 분야 공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현 여부를 떠나 선거기간 유권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 공약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 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
재개발·재건축, 도시정비, 신도시 조성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 도시개발을 ‘도시 고도화’ 사업으로 바꿔 표현한다면 인천은 어느 정도 도시 고도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신·구도심 간 균형 발전이 큰 과제이기는 하지만 역대 인천 지방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도시개발 공약을 ‘남발’해준 덕분에 더디게라도 도시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후보자들의 공약 사각지대에 있는 분야도 있다. 바로 산업구조 고도화가 대표적이다. 단시간에 성과를 낼 수도, 표를 얻는데도 효율적이지 못한 산업구조 고도화 어젠다는 인천의 중장기 발전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정책이다.
인천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산업 고도화 분야로 위탁생산(CMO) 중심의 바이오 산업과 그간 인천 경제를 지탱해 온 전통 제조업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첨단산업으로 분류되는 바이오 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재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거점으로 하고 있는 바이오 클러스터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개발한 의약품을 위탁받아 단순 생산하는 사실상의 장치산업에 그치고 있다. 대규모 공장을 지어 생산력을 확보한 후 위탁받은 의약품을 빠르고 안전하게 생산해 납품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통상 공장 1개 당 1천명의 노동력이 투입돼 24시간 3교대로 가동된다.
국내 1위 C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반도체 공장 건설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이오 CMO 공장을 송도에 건립했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1~5공장의 생산 능력은 78만5천ℓ 규모다.
바이오 산업의 핵심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약 개발과 이에 따른 연구개발(R&D) 분야는 대부분 서울과 경기 판교 등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기계, 부품 등 전통 제조업에 머물고 있는 인천 지역 산업단지를 고도화 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매년 인천시와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이런저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첨단 업종으로의 고도화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최대 국가산업단지 중 한 곳인 남동산단의 경우 경영자들이 자신의 공장을 분할해 재임대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업종 전환은 커녕 오히려 영세한 공장들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인천의 특화 산업인 항공 MRO( 항공기 정비)나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으로의 전환을 희망하는 중소기업들도 많지만 진입 장벽이 높고, 업종 변경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체계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인천TP)가 발표한 ‘인천 항공산업 진출 희망기업 심층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150개 제조 분야 기업 중 항공산업 진출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15개, 76.7%로 집계됐다. 하지만 초기 개발 비용 부담이 크고, 항공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대부분의 기업은 검토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인천항의 생산성, 인천 중고차 수출 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인천 경제 발전을 위해 고도화 해야 할 산업 분야는 많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차기 인천시장은 새로운 산업 분야 보다는 현재 인천이 갖고 있는 산업 자산을 고도화시키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인천 디스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은 멀리 있지 않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