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9일 협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축구협회장 중에서도 축구팬을 비롯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 가장 높은 상황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정 회장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불과 2주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취임한 뒤 4연임에 성공하며 10년 이상 한국 축구를 이끌어왔다.
정 회장은 2023년 승부조작 연루 축구인에 대한 기습 사면 발표와 철회,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경질, 홍명보 현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 등이 이어졌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정 회장이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고 여론은 차갑게 식어갔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11월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 회장 등 주요 인사들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정 회장의 사퇴에 축구팬들의 반응은 담담하다. 환호하지도 않고, 아쉬움도 크지 않다. 오히려 “이제서야?”라는 반응도 많다.
축구팬들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식어있었다.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외침에 반응조차 없자, 축구팬들은 A매치 보이콧을 선언하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매진을 일삼으며 꽉 찼던 경기장이 이제는 쉽게 빈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조금만 더 일찍 책임을 인정했다면 어땠을까. 감독 선임 논란이 커지기 전, 팬들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 결단이 있었다면 지금의 평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국 축구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정점을 찍고, 팬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뒤에 나온 사퇴는 결단이라기보다 수습에 가깝게 보인다.
늦은 결단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이번 사퇴가 한국 축구가 더 투명하고 건강한 구조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영선 문화체육부 기자 zero@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