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시간의 지혜… 오늘의 삶을 묻다

 

10월 18일까지 실학박물관

조선 천문 관측기구 소개

농가월령가·혼개통헌의 등

자연·사람 관계 돌아보는

현대 의미와 생태적 성찰

실학박물관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의 전시 모습. 2026.5.3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실학박물관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의 전시 모습. 2026.5.3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선조들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계절을 24개의 ‘절기’로 나누어 구분했다.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희미해지긴 했지만, 제철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와 우리의 감각이 느끼는 절기의 특징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는 절기를 하늘과 땅의 사람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지혜로 새롭게 해석해 본다.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시간의 질서를 세워둔 절기는 곧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업과 일상에 맞닿아 있다. 전시는 예부터 이어져 온 선조들의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뒀다.

하늘을 읽는다는 것은 선조들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왕권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임과 동시에 백성들의 삶과 나라의 존재를 지탱하는 것이기도 했다. 1부 ‘관측: 하늘을 읽다’에서는 천문 관측 기구와 책력 등 유물과 영상으로 하늘의 변화가 사회적 약속인 시간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여기서 볼 수 있는 혼천의는 전통적인 우관인 혼천설에 따라 만들어진 기기로 일월과 오성의 위치를 측정하거나 천문학 교육, 천문시계 등의 용도로 사용됐다. 내부에는 지구의가 있고, 그 주위로 해와 달이 운행하는 장치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언제 처음 제작됐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1433년의 기록이 가장 이르다.

앙부일구는 1434년 처음 제작된 천구를 투영시켜 만든 해시계다. 선들이 가로와 세로로 교차해 절기와 시간을 나타내고, 뾰족하게 나와 있는 영침의 그림자가 선 안에 새겨지면 그것을 바탕으로 절기와 시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세종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이 시계는 길에 두고 일반 백성들이 볼 수 있게끔 해놓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학박물관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의 전시 모습. 2026.5.3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실학박물관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의 전시 모습. 2026.5.3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부 ‘전달: 삶으로 잇다’에서는 실학자들이 하늘을 관측하고 기록한 것을 농민들에게 와 닿게끔 전달하고자 한 노력들이 보여진다. 19세기 초 다산 정약용의 차남인 정학유가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는 12개월 동안의 절기별 농사 과정과 해야 할 일, 세시풍속 등을 실감나면서 서정적으로 묘사했다. 글을 몰라도 익히고 외울 수 있도록 한 농가월령가는 일제강점기에도 간행될 정도로 필요한 지식이었다.

또 실학박물관이 소장한 국가유산 ‘혼개통헌의’는 실학자 유금이 1787년에 서양의 것을 본떠 만든 아스트로라브로, 우리나라에서 잘 보이는 별자리가 담겨있다. 천문계산기인 앞면은 판을 돌려가며 관측값을 계산하도록 했고 뒷면은 측정자로 되어 있는데,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도록 휴대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천: 땅을 살리다’라는 주제의 3부에서는 절기라는 오래된 과거의 지혜가 오늘날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실학박물관에서 지역사회와의 연결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한 이 섹션은 절기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지역의 작물을 살피고 제철의 맛을 요리하는 사람들, 인간의 삶과 땅이 서로 이어져 있음을 회복하려는 생태적 삶의 방식 등을 소개하며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기의 감각이 필요한 이유를 풀어내고 있다.

실학박물관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의 전시 모습. 2026.5.3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실학박물관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의 전시 모습. 2026.5.3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시는 절기의 의미를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어떻게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다시금 새로운 시선이 될 이번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