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초월… 잠자던 예술을 깨우다
백 타계 20주기, 태어난 7월20일로부터 49일전
떠난 존재 불러내는 ‘굿’… 텔레비전에 혼 담아
오가는 구조 재배치, 생일날엔 ‘마른오구’ 예정
1일 오전 백남준아트센터 정문에 있는 왕벚나무 앞에 제사상이 준비됐다. 국가무형유산 동해안별신굿 이수자이자 타악연주자인 방지원이 굿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함께 향과 불을 피우고 절을 한 뒤 굿은 시작됐다. 이날은 올해 타계 20주기를 맞은 백남준의 생일인 7월 20일로부터 딱 49일 전이다.
흔히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사십구재’는 사람이 죽은 날로부터 매 7일째마다 7회에 걸쳐서 49일 동안 개최하는 의례를 뜻하며, 이 천도의식은 죽은 자가 좋은 생을 받길 바라는 뜻을 담아 떠나보내는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퍼포먼스는 보내는 개념보다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졌다. 떠난 존재를 다시 현재에 위치하게끔 하면서 삶과 죽음이 일방적인 한 방향이 아닌 오고 가는 구조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죽음을 모르고 어떻게 삶을 아느냐’는 백남준의 질문으로 진행된 퍼포먼스는 나무 앞에서 굿을 펼치고, 백남준이 좋아했던 매체인 텔레비전에 그 혼을 담아 나무에 마련된 둥지 위에 올려두는 행위로 이어진다.
이는 전통적으로 마을 굿에서 마을을 수호하는 신적 존재를 특정한 물질이나 대상으로 치환해 모셔두는 방식과 닿아 있다. 굿의 제의적 감각과 백남준이 남긴 매체적 상상력이 교차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백남준의 이야기를 오늘날로 다시 꺼내 온다.
퍼포먼스는 1990년 7월 20일 백남준이 동료 요셉 보이스를 기억하며 펼친 ‘늑대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까지’를 떠올리게 한다. 갤러리현대에서 했던 굿 퍼포먼스는 동해안별신굿이 벌어지는 동시에 한쪽에서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백남준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김지수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는 “친구를 위해 굿을 해주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셉 보이스를 위해 굿을 선보인 백남준과의 접점을 가지고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는 7월 20일에는 ‘마른오구: 백남준 생일굿’이 예정돼 있다. 이번 사전 퍼포먼스와 연결성을 지닌 본 퍼포먼스는 ‘늑대 걸음으로’ 작품에 참여했던 동해안 별신굿 김영숙 전승교육사 등이 함께 자리해 그 의미를 이어간다.
‘마른오구’는 망자가 잊힐 법할 때 하는 굿으로, 이번 마른오구에선 혼을 담아 놓은 매체를 다시 안으로 들여놓는 과정이 8시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방지원 작가 역시 “시간을 초월하는 퍼포먼스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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