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 반도체 벨트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례 없는 세수 풍년을 맞이한다. 지난해 관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만으로 수원시는 1천억원, 이천시는 1천200억원 넘는 추가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했다. 특히 평택시는 세수 증가분 1천44억원 중 1천40억원이 삼성전자 몫으로, 법인분 비중이 64.6%까지 늘었다. 화성시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1천억원대로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 올해 호황 실적마저 내년 봄에 결산될 경우 세수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통해 들어설 민선 9기 지자체장들이 취임과 동시에 이른바 ‘세수 로또’를 맞게 되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기업들이 내는 막대한 지방소득세를 단체장의 생색내기용 예산으로 상당 부분 사용해왔다. 당장 눈앞의 선심성 퍼주기 사업이나 치적 쌓기용 행사에 쓰며 예산 잔치를 벌여온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무계획적으로 지방소득세를 사용하면 업황이 꺾이는 순간, 그 고통이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불과 수년 전 반도체 시장 한파 당시, 수원시는 문화·관광·체육 예산까지 깎아내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 찾아온 천문학적인 초과 세수는 선심용이 아닌 계획적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재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기금화’를 통해 장기적인 재정 완충재로 묶어두는 방법처럼 말이다. 앞서 SK하이닉스의 실적 고공행진을 경험한 이천시가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8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쌓아둔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예기치 않게 들어온 로또 세수의 최소 50%에서 최대 70%까지 기금으로 적립, 재정 건전성의 둑을 쌓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초과 세수를 통한 반도체 벨트 지자체들의 협력체 구성도 고민해 볼 사안이다. 지역 간 복지 및 인프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여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가 세수로 삼성전자 등 성과급 논란 과정에서 불거진 협력업체, 지역주민 등의 소외감을 지방정부가 일부 완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 민선 9기 시장들은 공약을 이행하기에 더없이 유복한 환경에 놓였다. 그러나 이 기회를 살리느냐 흘려보내느냐는 단체장의 재정 철학에 달렸다. 쌈짓돈 쓰듯 하는 방만한 지출을 멈추고, 기금화 등 적립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예비 단체장들의 깊은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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