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한국에 주둔한 미군과의 성매매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기지촌 미군 위안부 여성들이 주한미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2022년 대법원이 기지촌 위안소 운영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한 지 4년 만이다. 이번 소송은 국가 배상책임을 확인한 데 이어 기지촌 체제를 가능하게 했던 주한미군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백발이 된 피해자들에게는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이룰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당시 전국의 미군기지 주변에서는 여성들이 이른바 ‘위안부’라는 이름 아래 미군 상대 성매매에 동원됐다. 인천 부평의 애스컴시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원고 측은 실태를 보여주는 문건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1973년 기지촌 클럽 주인들이 모인 단체 ‘한국관광휴양업협회’는 한국 외교부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양자 협의체였던 ‘군민관계 분과위원회’에 건의서를 보냈다. 동두천과 부평지역 미군 부대에서 매일 저녁 200여 명의 한국인 여성들을 영내 클럽에 유치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시정조치 건의서는 기지촌이 국가와 군 당국의 관리 아래 운영된 구조였음을 증언하는 확실한 기록이다.
문제는 성매매 동원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장에 따르면 당국은 미군의 사기 진작과 전투력 유지라는 명분 아래 여성들의 성과 신체를 관리 대상으로 취급했음을 알 수 있다. 성병에 걸린 미군이 자신과 성매매한 상대를 지목하는 ‘컨택’에 의해 여성들은 애스컴시티로 강제로 끌려왔다. 주한미군은 부대 내 성병관리소에 감금한 뒤 성병 검사마저 생략한 채 과도하게 페니실린을 투여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거나 목숨을 잃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는 신체의 자유와 인권을 명백히 침해한 행위였다.
성매매에 내몰린 피해자들은 ‘양공주’라는 낙인과 멸시 속에 평생을 숨죽여 살아왔다. 냉전과 안보,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침묵을 강요받아 왔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이지만, 과거 미군의 잘못에 대한 면제권이 부여될 수는 없다. 기지촌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양국의 안보 체제 속에서 유지된 구조적인 인권침해의 공간이었다. 법원은 주한미군의 기지촌 여성 성착취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 공식 사과는 물론 정당한 배상과 재발 방지 조치로 피해 할머니들의 존엄을 회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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