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블랙 유머의 단골 소재
전과자와 범법 혐의자도 출사표
풀뿌리 민주주의, 관심이 자양분
정치 ‘주인과 노예’ 스스로 선택
‘사시오패스’란 말이 있다. 사법고시와 소시오패스의 합성어이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일부 법조인 출신 정치인을 비아냥거리는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권력은 탐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행태를 꼬집은 거다. 어디 사법고시 출신만 그러할까. 행정고시 출신은 어떠한가. 공직을 자신의 전유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고시오패스’도 가능하겠다. 공복(公僕)이란 주권자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인데 마치 주인처럼 행세하는 거다. 주객전도(主客顚倒)가 아닌가.
언제부턴가 정치인은 블랙 유머의 단골 소재이자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선거철만 되면 악다구니 쓰며 몰려든다. ‘동냥 벼슬’이라지만 일반인이 모르는 꿀맛이 숨겨져 있을까. 거부하지 못할 구린내라도 풍기는 것일까.
그들은 정치를 오해 또는 일부러 곡해하는 듯하다.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며 나라를 다스리는 목적이 무엇인가. 바로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계층간의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는 거다. 이 얼마나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치솟지만 하루하루 생계가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에 몰린 서민들이 부지기수이다. 양극화의 골을 메우기가 어디 쉬운가. 극단으로 갈라선 민심을 한데 모으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가.
맹자도 말했다. 정치의 요체는 항산(恒産)이라고.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변치 않는 마음(恒心)도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백성들의 안정된 생계를 위해 우선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청년 백수는 물론 노년 빈곤까지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다. 몸과 마음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안정시키는 것이 먼저라는 거다. 그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나아가 천하를 평정한다는 거다. 정치를 하려면 자신과 가정부터 바르게 하라는 가르침인데 과연 떳떳한 이들이 얼마나 되나. 전과자와 범법 혐의자들도 버젓이 출사표를 던진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억울해 한다. 한국인의 누적 전과자가 2020년 기준 전체의 29.8%라고 한다. 그러니 피선거권자도 전과자가 많은 것은 자연스럽지 않으냐 반문하는 듯하다. 청문회에 오른 이들도 각종 법 위반이 부지기수인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볼멘소리다. 어처구니없다.
역사는 권력의 무상과 정치의 허망함을 가르친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권력의 정점에 섰으나 비참하게 마감한 영웅호걸들이다. 진시황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이사(李斯)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조고(趙高)에 죽임을 당한다. 진나라에 법치의 기초를 닦았던 상앙(商鞅)은 자신의 법에 걸려 거열형에 처해진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역 오(吳)의 부차(夫差)에게 승리를 안겼던 오자서(伍子胥)는 말 가죽에 싸여 물고기 밥이 되지 않았나. 군사쿠데타 주역이자 정치 풍운아 김종필씨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늘 권력의 정점 주변에 머물렀던 이의 통찰일까. 주역도 항룡유회(亢龍有悔)라 했다.
그럼에도 정치에 나선 이들을 안타깝게 봐야 하나, 기특하게 여겨야 하나. 기다렸다는 듯이 도로마다 대형 모니터에 확성기 요란한 트럭들이 오간다. 지하철역마다 낯선 이름을 외쳐댄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적극적인 관심이 자양분이다. 무관심의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플라톤은 설파했다. 다행히도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은 상승추세이다. 올해는 23.51%로 2022년보다 2.9%포인트 올랐다. 더러는 12·3 내란의 완전 극복을 앞세운다. 혹자는 권력의 집중을 견제하자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 삶이다. 시민의 고통을 알고 시민과 다투지 않는 정치가 우선이다. 거들먹거리며 대접만 받아온 정치인은 군림 본색이다. 평생을 갑으로 지내온 그들은 섬길 줄 모른다. 이들을 대표로 뽑는다면 시민 스스로 주권자가 아니라 정치적 노예를 택한 셈이다. 노예해방을 이끈 링컨이 말했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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