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교도소 담장 안에서 더 가혹하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20년을 옥에서 지낸 고(故) 신영복 선생이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여름 징역의 고통을 토로한 대목이다. 올여름도 심상치 않다. 성미 급한 열대야가 5월부터 찾아왔다. 과밀 수용이 심각한 교도소일수록 선풍기만으로 폭염을 버틸 수 있을지 고민이 깊다.
법무부가 예산 12억원을 들여 교도소에 에어컨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에 갑론을박이 뜨겁다. “시민들은 전기세가 무서워 틀지도 못하는데 감방이 호텔이냐”는 반발과 “최소한의 냉방설비는 특혜가 아니라 기본권”이라는 반론이 충돌한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에어컨은 수용거실 내부가 아닌 수용동의 사동 복도에 설치할 예정으로, 내부 온도 상승을 간접적으로 완화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에어컨 설치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가 처벌이고, 어디부터가 인권인지, 그 경계에 대한 오랜 질문의 연장선이다.
교정시설 에어컨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도소 에어컨 설치 반대’ 글이 올라왔다. 당시에도 여론의 결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용자의 생활수준이 일반 서민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열등처우의 원칙’이 대세였다. 물론 국민 정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범죄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가해자의 냉방 환경을 먼저 걱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그래서 교정행정은 더욱 투명해야 한다. 수용자 처우 개선의 목적과 범위, 예산의 적정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일이 먼저다. 동시에 피해자 지원도 같은 무게로 강화해야 한다. 가해자 처우만 개선하고 피해자 보호는 뒷전인 행정이라면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교도소는 사회와의 격리를 통해 자유를 박탈하는 공간이다. 폭염 속에 재소자를 방치하는 것은 형벌의 집행에 더해 가중 처벌이 될 수 있다. 최소한의 인권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의무다. 교정의 목적이 응징만이 아니라 재사회화에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초과밀·취약 수용동 복도에 설치되는 에어컨을 범죄자에 대한 특혜로만 볼 일인지 고민할 대목이다. 국가가 범죄자를 처벌할 권리는 있지만,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권리까지 위임받은 것은 아니니 그렇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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