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지방선거에는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유권자인 주민이 직접 후보들을 살펴보고,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살림꾼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6·3 지방선거를 지켜보면 과연 주민이 제대로 후보들을 검증하고 선택할 기회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인천시장 선거판은 선거일 직전까지 ‘네거티브’로 물들었다. 후보들은 자신의 공약보다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시민들에게 먼저 알리기 바빴고, 각 후보 캠프는 서로 반박하는 내용의 논평을 주고받으며 장외 신경전에 몰두했다. 주요 후보 간 비방과 고소·고발도 난무했다. 유권자가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거나 검증할 틈은 없었다.
유권자의 권리가 아예 사라진 선거구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은 역대 가장 많은 광역·기초의원 ‘무투표 당선자’를 냈다. 딱 해당 선거구에서 뽑는 의원 수만큼만 후보가 등록한 결과다. 인천시의회에서는 2명, 기초의회에서는 무려 28명이 유권자 선택 없이 의원 배지를 단다. 거대 양당의 공천 게임으로 유권자들은 동네 일꾼을 직접 뽑을 기회를 잃었다.
인천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치인 21.62%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국 평균(23.51%)에는 미치지 못하고, 전국 순위는 오히려 떨어지는 등 이번 수치만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인천시민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단정할 순 없다. 제8회 지방선거도 인천 사전투표율이 당시 역대 최고치였지만, 본투표까지 치른 최종 투표율은 오히려 이전보다 낮았다.
후보자 등록 마감부터 선거 하루 전까지 총 19일간의 지방선거 본선 레이스를 지켜보며 피로감을 느끼거나, 무관심으로 돌아서게 된 유권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인천 지방선거판은 정책 검증이 이뤄지기보다는 여전히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투표소로 향해 유권자들이 지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수밖에.
/김희연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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