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건축 설립·가협회장 역임
업계서 핫한 사적·공적 공간
선생의 유지 받들어 사회 공헌
오랜만에 선생 온기 가득 주말
사람을 떠올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이름을 딴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규모가 크든 작든 장소를 특정하는 작명에 누군가의 이름(혹은 아호 등)을 붙이는 행위는 당사자가 살아있거나 운명을 달리했거나 간에 한 시대를 살아간 그에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말 이른 저녁, 심원문화사업회(이사장·이태규)가 18년간 지속해오고 있는 심원건축학술상의 제16회 수상작 ‘그림 속으로 들어온 궁궐과 도시(윤민용 지음)’ 출판기념회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변에 위치한 정림건축 김정철홀에서 열렸다.
김정철홀은 국내 굴지의 건축설계회사인 정림건축이 임대하여 쓰고 있는 건물의 일부 공간을 구획하여 만든 장소로 현재 건축계에서 가장 핫하게 쓰이고 있는 사적·공적 공간이다.
김정철(1932~2010) 선생은 정림건축의 설립자이며, 한국건축가협회(이하 가협회) 16대 회장을 역임한 분이다. 1990년 여름, 나는 간향건축예술비평운동그룹의 일원으로 무크지 ‘간향’ 2호 발간 직후, 당시 가협회 회장이셨던 선생의 부름을 받았는데 젊은 친구들의 비평 활동을 응원하신다며 공로패를 주신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가 출간한 무크지 1, 2호는 정식 출판물은커녕 동인지 차원의 조악한 것이어서 부끄럽기도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선생은 그 속에 담긴 청년정신을 높이 사신 듯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따듯한 주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고무되었다. 이후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선생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전화 한 통화로 면담이 가능했으니 내겐 건축 대선배와의 핫라인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정림건축은 선생이 작고한 이듬해에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건축문화의 보급과 사회 공헌을 위해 정림건축문화재단을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재단은 포럼 운영, 온·오프라인 건축매체 발간, 학생건축상 공모전 주최, 건축학교 운영, 공동체주거 운영, 전시 기획, 김정철건축문화상 제정 등 카테고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그 활약상이 대단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정림건축은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건축가를 위한 서체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김정철서체를 개발하여 현재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다시 김정철홀의 화제로 되돌아가자. 김정철홀은 건축·도시·환경·디자인·기타 예술 관련한 학회, 단체, 잡지사, 출판사, 건축 모임 등에서의 학술대회, 세미나, 워크숍 장소로 대관해주고 있는데 그 목적이 정림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 추구의 행사라면 비용 부담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끔 제도화되어 있다. 그런 연유로 이 장소는 연중 주중·주말 없이 풀가동 중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의 빌딩 일부 층을 임대하여 건축설계회사의 업무공간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랄 텐데 그 공간의 일부를 과감하게 떼어내 심지어 외부인들이 활용할 수 있게끔 오픈하고 있는 정림건축의 비전이 김정철홀에서 빛나고 있으니 가히 선생은 오래전에 유명을 달리 하셨지만 선생의 이름이 담긴 현판을 보면서 종교적으로 영생한다는 의미를 되새기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할 것이다. 오랜만에 선생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주말이었다.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이드A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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