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올리브유가 있다면, 한국은 참기름이 있다. 참기름은 삼국시대부터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향미 식재료다. 조선시대 빙허각 이씨는 ‘규합총서(1809)’에 약식, 병자, 편포 등 참기름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했다. 허준의 ‘동의보감(1610)’은 참기름이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재로 쓰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참기름은 부엌은 물론 약방과 경대에도 놓여 있던 삶의 동반자였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도 예로부터 ‘진유(眞油)’라 불린 참기름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봤다. K-화장품 로드숍과 함께 전통시장 골목 안 방앗간이 쇼핑 성지로 떠올랐다. 황금빛 참기름을 구매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식재료 구입을 넘어, 참기름 제조과정을 직관하고 방금 짠 고소한 향을 맡을 수 있는 체험형 관광코스다. 일본 아이돌 출신 사시하라 리노가 국수요리에 한국산 참기름을 곁들인 먹방 영상은 조회수가 폭발했다. SNS(소셜미디어) 속 K-푸드 열풍과 맞물려, 한식 레시피의 필살기 ‘마지막 한 방울’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참기름 없는 비빔밥과 나물은 상상할 수 없지 않은가.

K-참기름의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1~4월 참기름 수출액은 614만 달러,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수출액은 2.2배가 됐다. 해외 소비자들이 참기름을 단순한 조미료가 아닌, 샐러드와 채식 요리의 마무리를 완성하는 고급 ‘피니싱 오일(Finishing Oil)’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화학 첨가물 없이 열처리를 최소화한 건강한 오일이라는 인식이 웰빙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 수출 기업들의 깐깐한 품질 인증과 현지화 전략도 한몫했다. 뉴욕은 이미 한식에 매료됐다. 유럽인이 샐러드에 올리브유를 뿌리듯, 뉴요커는 참기름을 두른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26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에 한식당 7곳이 포함됐을 정도다.

K-팝은 세계인의 귀를 열었고, K-뷰티는 피부를 바꿨다. 김치와 김부터 라면, 김밥, 떡볶이에 이르기까지 K-먹거리는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K-푸드의 영토는 ‘프리미엄 오일’로 확장되고 있다. 참기름 수출은 단순히 식재료의 전파가 아니다. 한국의 미각과 문화가 세계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이다. 황금빛 참기름 한방울, K-푸드 열풍의 화룡점정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