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조의2 조항 신설·본격 시행
‘투명성 확보’ 의미 있는 첫걸음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 방법 등
과도기 세밀한 후속 입법 필요
상가 임대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해 온 깜깜이 관리비 관행에 드디어 법적 제동이 걸렸다. 과거 수많은 임대인들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명시된 차임 증액 상한선인 5%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임대료 대신 관리비를 대폭 인상하는 편법을 동원해 왔다. 이러한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으로, 지난 5월12일부터 본격 시행된 개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제19조의2 조항을 신설하였다. 이 조항은 임차인이 상가 유지관리에 필요한 관리비 내역을 요청할 경우 임대인이 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강제한다.
이에 발맞추어 개정된 시행령은 임대인이 공개해야 할 관리비 세부 항목을 총 14개로 세분화하여 규정하였다.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위탁관리수수료 등의 일반 및 용역비를 비롯해 전기료, 수도료, 가스사용료, 냉난방비 및 급탕비 같은 공과금이 포함된다. 또한 승강기유지비, 수선유지비, 정화조 오물처리 수수료, 폐기물 처리 수수료, 건물 전체 보험료까지 상세히 나누어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영세 임대인의 행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납부해야 하는 월 관리비가 10만원 미만인 소규모 상가는 예외를 두었다. 이들은 14개 세부 금액을 일일이 기재할 필요 없이 관리비에 어떤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지 종류만 고지하면 된다.
하지만 진일보한 이번 개정안이 상가 임대차 분쟁을 단번에 잠재울 만능키가 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가장 큰 맹점은 명시적인 내역 공개 의무가 부여되었음에도, 이를 위반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 등 실효성 있는 행정적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임차인은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임대인에 맞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민사상 이행청구 소송에 의존해야만 한다. 나아가 공개된 관리비가 객관적으로 적정한 금액인지 판단할 법적 기준이 전무하며, 임대료와 달리 관리비 자체의 인상률을 제한하는 5% 상한선 규정도 존재하지 않아 과도한 인상을 막을 실질적인 방패가 부족하다.
이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문제는 서울 지역 주요 상권의 임대차 현황에 비추어 볼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사각지대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전면 적용 여부를 가르는 환산보증금 제도가 그 원인이다. 환산보증금은 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에 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으로 현재 서울의 환산보증금 상한액은 9억원이다. 법 취지상 이 기준을 초과하는 임대차계약은 상가임대차법의 상당 부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명확해진다. 강남구의 평균 환산보증금이 일찌감치 11억원을 넘어선 것은 물론이며, 북창동·명동·압구정 등 핵심 상권의 통상임대료를 환산하면 평균 환산보증금 기준인 9억원을 가볍게 초과한다. 마포구와 서초구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8억원대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치구 전체의 평균치일뿐 주요 상권의 1층 상가나 대형 매장들은 이미 9억원 한도를 훌쩍 넘긴 상태다. 관리비 규모가 커서 분쟁이 잦은 주요 상권의 대형 상가들이 투명화 의무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관리비 부담이 큰 임차인이 깜깜이 관리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역설이 발생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법 개정은 관리비 투명성 확보를 위해 내디딘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방법, 환산보증금 초과 상가에 대한 대책 등 세밀한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 법 시행 과도기인 지금,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임차인들은 법무부가 배포한 ‘상가건물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유의할 것은 이번 개정안은 지난 5월12일 시행일 이후 새롭게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계약부터 적용된다는 점과 ‘임차인이 요청하는 경우’에 한하여 임대인의 내역 제공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계약 체결 및 갱신 단계부터 관리비 세부 항목의 부과 기준을 명확히 합의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고 소중한 권리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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