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550m, 숨이 안 쉬어진다…

 

산소 부족에 체력·판단력 저하 ‘경기 악영향’

“평소보다 빠른 공 체감… 입 바짝바짝 말라”

고온다습한 기후 변수… 열적응 훈련도 병행

지난달 21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펼쳐진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전 캠프에서 온수 욕조에 들어가 열 적응 프로그램을 수행중인 선수들. 2026.5.21 /솔트레이크시티[미국 유타주]=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달 21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펼쳐진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전 캠프에서 온수 욕조에 들어가 열 적응 프로그램을 수행중인 선수들. 2026.5.21 /솔트레이크시티[미국 유타주]=대한축구협회 제공

“숨이 안 쉬어진다.”

한국 선수들과 국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환경 ‘고지대’. 해발고도가 1천m 이상 되는 고지대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마치 산 정상에서 뛰는 것처럼 숨이 안 쉬어지고 다리가 무겁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끝난 뒤,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상대팀 분석만큼 고지대 환경 분석에 열중했다. 홍명보호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상대 수비도, 세계적인 공격수도 아니다. 바로 고지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간)과 1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각각 체코·멕시코와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르고, 몬테레이로 이동해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의 첫 격전지 과달라하라는 해발 1천550m에 위치해 있다. 강원도 오대산(1천563m)과 태백산(1천567m)과 비슷한 높이다. 고지대에서는 산소 농도가 낮아 심박수가 평지보다 빠르게 올라간다.

평소 같으면 무리 없이 소화하는 전력 질주도 몇 차례만 반복하면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숨은 차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 판단력 저하, 패스 정확도 감소, 수비 전환 지연 등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회복 속도도 느리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마이애미)도 고지대에서 경기를 마친 뒤에는 “평소처럼 경기할 수 없다. 고지대에서는 정말 어렵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에 대표팀은 지난달 18일 일찌감치 과달라하라와 유사한 환경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해발 1천460m)에 사전 캠프를 차리고 고지대 적응에 들어갔다. 선수들도 고지대 환경 적응과 실전 감각 끌어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유타주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친선 경기에서 멀티골로 활약한 조규성은 “아무래도 공이 평소보다 빠른 걸 체감했다”며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선수들과도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얘기했다. 빨리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기후도 변수다. 과달라하라의 온도는 낮 최고 31~32도 수준이지만 습도가 60~66% 수준으로 습하다보니 체감 기온이 높다. 이런 이유로 대표팀은 훈련 후 열을 식히지 않은 채 땀 범벅인 상태로 40℃ 온수 욕조로 들어간다. 온욕과 냉욕을 번갈아하는 ‘열 적응 프로그램’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패스와 손흥민(LA FC)의 발끝이 주목받겠지만, 홍명보호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상대는 어쩌면 옅어진 공기와 습한 더위일지도 모른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