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수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한달수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며칠 전 지방선거 현장을 돌고 퇴근하다가 집 앞 쓰레기 수거장에 뜯지도 않은 공보물이 잔뜩 쌓여있는 걸 발견했다. 시장, 군수·구청장, 광역·기초의원, 교육감 등등 최소 6명을 선출해야 하는 지방선거 특성상 공보물에 담긴 후보들의 두툼한 공약집이 유권자에게 닿지도 못한 채 소각장으로 향하는 물량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안됐다.

이번 선거도 어김없이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선거 막바지로 향하자 하루 단위로 현수막을 교체하는 후보들도 많았다. 대선이나 총선보다 관심도가 낮은 지선 특성상 현수막만큼 좋은 선거운동 수단은 없을 테다.

다만 이번 선거는 고유가 사태 장기화라는 ‘전시 상황’에서 치러졌다. 석달 전 중동전쟁으로 기름값이 급등하고 종량제 봉투 제작에 필요한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는 등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차량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영주차장 5부제를 시행한 지도 두달이 다 돼 간다.

자원 위기 상황에서 모든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는 와중에 선거는 평시처럼 치르는 장면이 낯설게 느껴졌다. 자원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은 잘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한 명의 유권자한테라도 더 알려야 하는 후보자의 절박함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들도 고유가 시대가 버거운 건 매한가지다. 공보물과 현수막을 제작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하소연하는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었다.

결국 제도의 문제다. 기후위기는 목전으로 다가왔고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속에 선거운동 방식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수막 총량제, 종이 형태 공보물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 등 여러 대안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건 선거운동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다음 선거인 2028년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뉴 노멀’을 찾을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다.

/한달수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