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당선자, 그는 누구인가

 

인천서 자란 흙수저, 궁핍한 학창시절

역경 극복하고 회계사 된 자수성가형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로 삶의 전환점

2016년 연수갑 출마해 내리 3선 돌풍

민주당 원내대표로 중앙 정치인 각인

고연봉 일자리 넘치는 ‘ABC+E’ 제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6.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6.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이 키운 박찬대, 집에 왔습니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가 6·3 지방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시민들에게 전한 인사말이다. 고향 인천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쏟고자 인천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는 그였다. 그는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끈끈한 중앙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재명 정부의 효능감을 인천으로 끌고 오겠다고 강조했고, 시민들은 그의 약속을 믿고 선택했다. 이제는 박 당선자가 약속을 지킬 때다.

■ 인천으로 돌아온 인천 토박이

유년시절 박찬대 당선자의 가족사진. 오른쪽 하단이 박찬대 당선자. /박찬대 당선자 측 제공
유년시절 박찬대 당선자의 가족사진. 오른쪽 하단이 박찬대 당선자. /박찬대 당선자 측 제공

시민이 기억하는 박찬대는 ‘중앙 정치인’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서 2024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에 나선 모습은 생중계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됐다. 당대표 직무대행도 지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상임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 당선자는 1966년 인천 남구(현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사람들은 그곳을 ‘히다찌(日立)’ 마을이라고 불렀다. 동명(同名)의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피난민이 모여들어 살던 마을이었다. 경북 안동 출신의 부친은 17세에 결혼해 한국전쟁을 겪었다. 일곱 식구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미군 부대를 따라 문학산 자락에 터를 잡았다.

“인천항 기름 냄새와 뒤엉킨 짭짜름한 갯바람, 미추홀 논두렁 흙이 박찬대를 키워냈다”고 박찬대는 말한다. 중앙정치의 기회를 뒤로 하고 인천으로 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공들여 키운 인천의 아들이 중앙 무대에서 힘 좀 쓰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저 박찬대의 뿌리는 인천이다. 중대한 기로에 선 인천을 위해 모든 역량을 남김없이 쏟아붓겠다”고 했다.

■ 인천에서 보낸 학창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미술 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있는 중학생 박찬대. /박찬대 당선자 측 제공
학교 운동장에서 미술 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있는 중학생 박찬대. /박찬대 당선자 측 제공

박 당선자는 용현초, 대건중, 동인천고를 졸업했다. 궁핍한 학창 시절이었다. 부친은 동네 골목 안에 작은 구멍가게를 열었으나 대가족 생계를 이어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모친은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가게 한구석에서 하루 종일 바지락을 까고 콩나물을 다듬었다.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던 학생이었다. 중학 시절 내내 미술반에서 활동할 만큼 예술적 소질을 가졌었지만, 예술가의 꿈을 품고 나아가기엔 현실의 벽이 높았다. 가족의 밥상은 늘 부실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 집에서 카레를 처음 먹어봤고, 대학교 2학년 때 지도교수 덕분에 삼겹살을 처음 맛볼 정도로 빈한한 가정이었다.

수봉공원 현충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고등학생 박찬대. /박찬대 당선자 측 제공
수봉공원 현충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고등학생 박찬대. /박찬대 당선자 측 제공

가난이 그를 주저앉히지 못한 건 지역 공동체가 내어준 품 덕분이다. 유년 시절에는 집 주변 사찰의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차비조차 없어 막막했던 그에게 학업의 길을 열어준 곳은 자신이 태어난 판자촌 터에 세워진 인하대학교였다. 그는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경영학 공부를 마쳤다.

■ 회계사 박찬대, 정치에 입문하다

박찬대 당선자의 서울대학교 대학원 재학 당시 학교 정문에서 찍은 가족사진. /박찬대 당선자 측 제공
박찬대 당선자의 서울대학교 대학원 재학 당시 학교 정문에서 찍은 가족사진. /박찬대 당선자 측 제공

박 당선자는 군 제대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 2009년 5월23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는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됐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되고자 무작정 시민사회단체의 문을 두드려 활발히 활동했다. 공동체를 변화시키려면 ‘책임 있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함을 느꼈다.

2012년 1월3일 민주당 입당 후 그해 4월에 열린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남구을 지역에 도전장을 냈지만 ‘컷오프’ 됐다. 인천시당에서 청년위원장을 지내던 중 연수구 지역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연수구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연수구갑에 출마해 민주당계 소속 후보로는 처음 당선됐다. 당시 상대 후보와 격차는 214표에 불과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3선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의정활동 10년은 막힌 길을 뚫어내는 과정이었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인법’ 전면 개정 주도 및 ‘공정 과세 실현 TF’ 활동 등 대한민국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지역 현안도 끈질기게 해결했다. 청학사거리역 신설, 인천고등법원 설치 법안 통과, 해사전문법원 유치, 44년 만의 인천 앞바다 야간조업 규제 해제 등이 그가 풀어낸 현안들이다.

■ 압도하라 인천, 그가 내놓은 공약들

2024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경인일보DB
2024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경인일보DB

박 당선자의 1호 공약은 ‘ABC+E 전략’을 바탕으로 한 ‘2030년 인천시민 평균 연봉 5천500만원’이다. ABC+E는 인공지능(AI), 바이오(Bio), K-문화·콘텐츠(Culture·Contents) 등 인천 미래산업 핵심 축에 해상풍력 에너지(Energy)를 연계하는 성장 전략이다. 이를 통해 인천의 성장엔진 동력을 높여 인천을 ‘고연봉 일자리가 넘쳐 나는 성지’로 바꾸고자 한다.

구도심 활성화 공약으로는 ‘제문부(제물포·문화·부평) 프로젝트’를 내놨다. 제물포는 개항장과 내항을 잇는 역사·문화 중심지로 육성하고, 문학은 5만석 규모의 전용 공연장 신축 등 K-컬처 산업 거점으로 바꾸고자 한다. 또 부평은 캠프마켓 부지에 도서관 등을 짓고,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은 역사문화관과 카페 등으로 활용해 이 일대를 고품격 생활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박 당선자는 ‘수도권·인천 어디든 1시간’ 교통혁신도 약속했다. 그간 추진되던 광역철도망 구축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인천 3호선(송도검단선)과 송도·영종 트램 등 인천 내부 철도망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또 동서 5축, 남북 6축의 격자형 순환도로망을 구축해 인천 전역의 1시간 생활권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 초보 행정가, 공약 실현하려면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 당시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와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경인일보DB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 당시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와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경인일보DB

박 당선자가 인천시장 선거에 나서면서 마주한 우려는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는 경험이 풍부하고 의미 있는 성과도 냈지만, 행정가로서는 초보나 다름없다. 그가 인천시장으로서 구상한 정책을 세밀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을 꾸리는 등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추진력 못지않게 행정력이 필요하다.

박 당선자는 지방선거 기간 인천 미래전략을 함께 구상할 ‘정책 자문단’을 꾸렸고, 민선 9기 인천시 출범 후에도 이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자문단에는 150여명의 연구자와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경제성장’ ‘지역 균형발전’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자문단은 현장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박 당선자가 앞으로의 4년을 구상하는 일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박 당선자는 인수위원회를 통해 인천의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행정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는 그가 지닌 강점을 바탕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역대 인천시장들과 비교할 때 박 당선자가 지는 가장 큰 강점은 ‘중앙 정치력’이다. 그는 지방선거 레이스 기간은 물론 당선 후에도 ‘중앙과 인천 사이에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직통 통로’를 뚫겠다고 자신했다.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제미나이AI이미지 재가공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제미나이AI이미지 재가공

■박찬대 당선자 프로필

△1966년 인천 남구(현 미추홀구) 용현동 출생

△용현초, 대건중, 동인천고, 인하대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졸업

△한국·미국 공인회계사 합격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공시감독국 근무

△한미회계법인 경인본부장 겸 부대표

△제20·21·22대 국회의원(인천 연수구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2회)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총괄선대위원장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