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알 품는데… 다가오는 개발

 

58만9천㎡ 복합물류단지 공사 눈앞

탁 트인 공터… 연날리기·휴식지로

야생조류 수백마리 땅위 집단번식

사람 접근시 ‘포란 중단’ 가능성도

전문가 “대체서식지 신속 마련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의 서식이 확인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대규모 개발 예정 부지에서 한 동호회 회원들이 출입금지 펜스를 넘어 연을 날리고 있다. 2026.5.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의 서식이 확인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대규모 개발 예정 부지에서 한 동호회 회원들이 출입금지 펜스를 넘어 연을 날리고 있다. 2026.5.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개발 예정 부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조류들이 집단 번식하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아암2교 인근 아암물류2단지의 한 공터.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바리케이드와 펜스 등이 세워져 있었다.

인천항만공사는 이곳에 복합물류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축구장 80여개 크기인 약 58만9천㎡에 달한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만 해도 출입이 제한된 이 공터에는 휴일을 맞아 연날리기를 하러온 동호회원 10여명 등 외부인들이 적지 않았다. 공터 안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풀숲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시 만난 연날리기 한 동호회원은 “입구에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긴 했다”며 “연 날리기 좋은 탁 트인 장소가 이곳 말고는 마땅치 않아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들어와보니 새들이 많이 있는 게 눈에 띄어, 최대한 새들이 모인 곳을 피해 연을 날리고 있다”고 했다.

이 일대에는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인 쇠제비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야생조류 수백마리가 집단 번식하고 있다. 얼룩무늬 알이나, 부화한 새끼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해당 조류들은 주로 땅 위에 둥지를 짓는다. 특히 매년 4~6월 번식기에는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류들은 번식지 상공에 떠 있는 연을 보고 매와 같은 맹금류 형태의 포식자로 인식해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의 접근 등으로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포란(알을 품는 행위)을 중단하거나 번식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의 서식이 확인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대규모 개발 예정 부지에서 검은머리갈매기가 휴식을 하고 있다. 2026.5.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의 서식이 확인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대규모 개발 예정 부지에서 검은머리갈매기가 휴식을 하고 있다. 2026.5.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취재가 시작되자 인천항만공사는 이달 3일부터 해당 부지 입구에 관리 인력을 상주시키는 등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국립생태원에 자문한 결과 해당 조류들은 번식이 끝나는 7월 말께 새끼들을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며 “빨라도 올 7월이 지나야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 전에는 새들이 떠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발사업자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발 공사를 시작하기 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멸종위기 조류 서식이 발견될 경우 대체 서식지 조성 등의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는 “멸종위기 조류 수백마리가 선택한 번식 환경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면, 사람 출입이 제한된 모래톱(강이나 바다에서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얕고 평평한 땅)처럼 새들이 선호하는 형태의 대체 서식지를 신속하게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