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 인천항 ‘산업항만’ 전환 구상

 

제조업 이전 탓 벌크물동량 감소·컨테이너 정체

우수 기업 유치 위해 법령개정·제도개선 온힘

중고차 검사·정비·재고관리 등 결합 수출단지로

공공 주도의 ‘글로벌 AI 오토밸리’ 조성 청사진

남북협력 거점항만, 정부 제4차 수정계획 반영

종합훈련·해양대 ‘0’ 한상드림아일랜드 활용도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왼쪽)가 지난 지방선거 기간 인천 신항을 방문해 현안 사항을 듣고 있다. /경인일보DB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왼쪽)가 지난 지방선거 기간 인천 신항을 방문해 현안 사항을 듣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항은 수도권 수출입 화물의 관문이자 해상 물류·교통의 중심 항만이다. 지역 경제에서 인천항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인천항만공사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항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생산유발액은 지역내총생산(GRDP)의 33.9%(38조4천3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 업무는 국가 사무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의 직접적인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인천항이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책은 인천시장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인천항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관련 정책 마련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항만 관련 중소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는 인천항을 단순 물류 거점에서 제조·가공·수출·연구 기능이 결합한 ‘산업항만’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바 있다. 기존 성장 방식만으로는 인천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항만 기능을 고부가가치 산업과 연결해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게 박 당선자의 구상이다.

인천 내항. /경인일보DB
인천 내항. /경인일보DB

■ ‘화물이 스쳐 지나가는 통로’ 아닌 ‘산업을 만드는 항만’으로

박 당선자는 시장 취임 이후 인천항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천항은 성장 동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제조업 공장의 지방 이전과 벌크(컨테이너에 실리지 않는 화물)의 컨테이너 전환이 맞물리면서 벌크 물동량은 2021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도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 항만업계는 중국·베트남 의존도가 높은 인천항의 교역 구조상 새로운 시장과 산업 수요를 발굴하지 못하면 뚜렷한 물동량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당선자가 산업항만 전환을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항만을 통해 들어온 화물이 단순히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항만 배후공간에서 가공·조립·제조 과정을 거쳐 다시 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인천항을 ‘화물이 스쳐 지나가는 통로’가 아닌 ‘산업을 만드는 항만’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자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문화, 에너지 등을 뜻하는 ‘ABC+E’ 비전을 항만 물류에 접목하겠다고 선거 과정에서 밝혔다.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도입해 항만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항만 배후공간에는 AI 기반의 고부가가치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항만 배후단지를 단순 창고나 보관시설 중심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제조·가공 기능을 갖춘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는 산업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가 지방선거 기간 옛 송도유원지에 있는 중고차 수출단지를 방문해 이곳 관계자들로부터 애로사항 등을 들었다. /경인일보DB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가 지방선거 기간 옛 송도유원지에 있는 중고차 수출단지를 방문해 이곳 관계자들로부터 애로사항 등을 들었다. /경인일보DB

이를 위해 박 당선자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정부에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비수도권 항만 배후단지에는 항만법에 따라 공장 등 제조시설 입주가 가능하지만, 인천항 배후단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에 포함돼 있어 새로운 제조시설을 유치하는 데 제약이 크다.

박 당선자는 시장 취임 이후 우수 제조기업들이 항만 배후단지에 입주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인천항의 구조적 위기를 벗어나려면 산업 기반을 개선하려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중앙 정부와 협의할 사안이 많은 만큼,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가는 실행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고차·남북교류·교육연구 기능 연계…권역별 항만 전략 구체화

옛 송도유원지 부지에 조성된 인천 중고차 수출단지. /경인일보DB
옛 송도유원지 부지에 조성된 인천 중고차 수출단지. /경인일보DB

중고차 수출단지를 구축하는 것은 박 당선자의 산업항만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사업이다. 단순히 차량을 야적해 선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검사·정비·재고관리·통관·금융 기능을 결합하면 중고차 수출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항은 국내 중고차 수출의 핵심 거점이지만, 수출 인프라가 열악해 최근에는 물동량이 다른 항만으로 옮겨가는 실정이다. 앞서 인천항만공사가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 인천항에 최첨단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을 추진했으나, 재원 조달 문제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박 당선자는 민간 주도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장에 취임하면 공공이 나서 ‘글로벌 AI 오토밸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AI를 활용해 중고차 수출 물량과 재고 관리를 효율화하고, 이를 토대로 수출 산업을 첨단화하겠다는 게 박 당선자의 생각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인천항을 남북교류 거점항만으로 육성하는 것도 박 당선자가 취임 이후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인천항은 과거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시기 북한 남포항과 연결되는 해상 물류 거점 역할을 했다.

국제 정세 등을 고려하면 당장 남북교류 재개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교류가 다시 이뤄질 경우 인천항이 거점 항만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 당선자는 인천항을 ‘남북협력 거점항만’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정부의 항만 최상위 계획인 ‘제4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북교류 확대로 물동량 증가가 예상될 경우 면밀한 수요 검토를 거쳐 적정 규모의 항만시설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자의 산업항만 구상은 물류·제조 기능뿐 아니라 해양 인력과 연구 기반 확충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영종대교 인근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에 교육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에는 해양·수산 분야 연구와 교육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항만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훈련장이 없어 부산이나 목포로 내려가 법정 교육을 받는 실정이고, 해양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해양대학도 없다.

한상드림아일랜드에는 15만6천955㎡ 규모의 교육연구시설 부지가 있다. 박 당선자는 이곳을 활용해 인천에 부족한 해양·수산 연구기관과 교육·훈련 기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인천항발전협의회 이한용 사무국장은 “인천항이 인천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만큼,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하루빨리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