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으로선 궤멸적 참패에 가까운 선거였다. 부산과 강원을 빼앗겼고, 대전과 충남북을 모두 잃었다.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완전히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줬다. 결과도 결과려니와 과정은 더욱 심각했다. 집권여당이 ‘원팀 원보이스’를 앞세운 것과는 정반대로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들은 개인기에 의존해 각자도생의 전투를 치러냈다. 오죽했으면 당 대표의 지원유세를 한사코 거부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현 지도부의 무능과 시대착오적 노선에 대한 민심의 총체적 심판이다.
그렇지만 보수의 관점에선 오히려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님을 확인한 역설의 6·3 지방선거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는 보수 재건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강성 지지층에 매몰된 당 지도부와는 분명하게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 확장에 집중한 선거전략은 적중했다. 독자 선대위 구성과 유연한 메시지 전략은 서울의 민심을 파고들었고, 결국 막판 대역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보수가 다시 일어서려면 강경과 극단이 아니라 합리와 확장으로 가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도 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우뚝 서게 됐다.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보수 회생의 가능성에 힘을 더한 사례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당선자의 3선 지역인 험지 중의 험지에서 소위 ‘명픽’ 후보로 불리는 강력한 여당 후보와 당 지도부로부터 자신에 대한 ‘저격수’ 임무를 부여받은 야당 후보를 보수 재건의 선명한 메시지로 압도했다. 주민들과의 직접 소통과 현장 중심 행보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정치적 서사를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오세훈식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보수의 새로운 전략과 전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버티기에 들어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빌미로 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투표소로, 개표소로 떼 지어 몰려다니는 행태는 인내할 수준을 넘었다.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눈 감고 귀 닫고 있는 것은 민심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음모론 뒤로 숨는 것이 아니라 지도부의 즉각적인 교체와 노선 전환이다. 강경 극단 세력과 결별하고, 중도와 미래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민심이 남겨놓은 생존의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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