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에 가까워진 민족 비극

탱크데이·국힘 원내대표 망언

국가 기념 민중항쟁 계속 폄하

망상서 나온 왜곡 믿을 것인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지난 5월18일로 5·18민중항쟁 46주년을 맞았다. 민족의 비극, 극악한 학살 만행의 날이 반세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생각하니 세월은 참 빠르기만 하다. 그런 긴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그때의 아픔과 상처도 잊으면서 영령들의 명복이나 빌어드리는 데 마음을 기울여야겠다 생각을 하다가도 불쑥불쑥 왜곡과 망령의 말로 조롱당하는 때를 당하면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마음에 시달린다.

지난 5·18 무렵 두 가지 큰 사건이 터졌다. ‘5·18 탱크데이’라는 스타벅스의 조롱과 ‘5·18 더러버서 안 간다’라는 야당 원내대표의 망언이었다.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평가와 국가적 인정으로 국가가 기념하는 민중항쟁이 되었고, 국민적 합의 아래 헌법전문에도 수록되기 직전인 위대한 민주화운동인데, 무슨 이유로 왜곡·조롱·폄하하는 일이 계속된다는 것인가. 당시 무도한 반란군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던 술책으로 북한에서 내려온 무장 폭동 세력들을 탱크로 진압했던 것이 5·18이라고 했던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5·18은 탱크데이라고 조롱하였으니, 이게 어찌 가당키나 한가.

5·18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주저하고 폄하·왜곡하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광주시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까봐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5·18은 더러워서 참석하지 않는다”는 천박한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세상이란 말인가. 그때의 항쟁에 함께 했던 관련자들의 마음의 상처는 어떠하며, 온갖 고통에 시달리며 항쟁에 참여했던 광주시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달랠 수 있겠는가. 죽음을 무릅쓰고 중무장한 계엄군과 맨몸으로 싸웠던 시민들이 대부분 생존해 있는데,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는 생각을 연상케 해 주는 그런 조롱을 받고도 그냥 있으란 말인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영령들이 5·18 민주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고 그런 영혼들이 살아서 지난해 12·3 내란을 국민들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었는데, 5·18이 무엇이 더럽고 왜 더럽다는 것인가. 전두환 일당의 내란 세력의 총칼에 생명을 바친 민주 영혼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 그런 거룩하고 향기로운 묘지에 무슨 악취가 난다고 내란 세력이자 내란 당의 원내대표가 더러워서 가지 않겠다면 그런 정당의 존재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지난 5월28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에 대한 천주교 측의 성명서였다. “광주의 오월은 애도 됐지만 모욕당했고 기억됐지만 왜곡되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정용진 회장의 기자회견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성찰과 사과가 없었다”, “이는 생각의 차이가 아니라 잘못된 역사 인식의 문제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모두 지당한 말이자 정당한 내용이다. 정용진 회장의 사과문에서도 역사 인식의 부족임을 시인하기도 했다.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정치와도 무관한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주장한 대로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를 언제까지 조롱할 것인가. 광주가 언제까지 모욕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필자는 1980년 5·18 당시 고등학교 교사 신분으로 5·18 시작부터 5월27일 항쟁의 본부 전라남도 도청이 계엄군에게 다시 장악되던 그때까지 현장에 있으면서 항쟁의 진상을 샅샅이 살펴보았던 기억이 있다. 뒤에 항쟁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 수배되어 많은 고초를 겪었고, 검거되어 오랜 감옥살이도 했다. 북한 군인들이 내려와 일으킨 폭동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역력히 눈으로 보았다. 북한 군인은 말할 것 없이, 개미 새끼 한 마리 내려왔던 것을 본 적 없다. 항쟁에 검거된 수많은 시민군들을 감옥에서 만났지만 북한 군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반공의식이 강한 국민들에게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몰아야만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증받을 수 있다는 망상에서 나온 왜곡을 언제까지 믿을 것인가. 광주의 민주 시민들,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를 더 이상은 왜곡하고 조롱하지 말지어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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