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목 교육 한계
국제결혼가정 학령기 자녀 대표적
이중언어 강사도 학습진도 어려움
고려인 밀집 초교 학업 중단 6.2%
인천 전체 학교보다 20배나 높아
별도 한국어·문화 교육 인력 필요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칠판에 적힌 글자를 교과서에 받아적기만 했어요….”
러시아에 살다가 6살 때 부모님과 함께 입국해 인천에 정착한 고려인 최 엘리자베타(10)양은 3학년을 끝으로 올해 초 다니던 초등학교를 그만뒀다.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최양이 다닌 학교에는 담임 교사의 수업 내용 등을 통역해주는 ‘이중언어’ 강사가 있었지만, 최양은 도저히 학습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학교를 관두고 러시아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최양은 “한국어를 하지 못해 학교에서는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며 “다신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학생 본인이나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을 가졌던 ‘이주배경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이민자 사이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국제결혼가정 국내출생자’와 결혼이민자 본국에서 자라나 국내에 입국한 ‘중도입국자’, 부모 모두 외국인인 가정에서 자란 학령기의 아이들이 모두 ‘이주배경학생’에 포함된다. 고려인 자녀나 국제결혼가정 자녀 등이 대표적이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학교알리미’를 보면, 인천에서 고려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 한 초등학교의 2025학년도 학업중단율은 6.2%(28명)이다. 이는 인천 전체 초등학교 학업중단율인 0.3%의 약 20배에 달한다. 이 학교 2학년 재학생 중 학업을 중단한 비율은 14.3%나 됐다. 이주배경학생이 많은 인천의 또 다른 학교도 학업중단율이 3.2%로 높은 편이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질병·발육 상태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땐 취학·교육 의무를 ‘면제’받아 학업을 중단할 수 있다. 내국인 학생이 면제 처리를 받기 위해선 보호자가 학교에 방문해 신청서와 증빙서류 등을 제출하고, 교내에 설치된 의무교육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외국 국적의 학생은 특별한 사유 없이도 이런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면제 처리될 수 있어 공교육의 관리·보호체계 밖으로 쉽게 이탈할 수 있다.
이주배경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에는 이중언어 강사들이 담임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의 의사소통을 돕는다. 수업시간에는 해당 학생에게 통역을 해주고, 때로는 국어·수학 등 교과목에 대한 보충수업을 지도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교실 속 언어 장벽’을 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고 있다.
고려인 자녀인 카자흐스탄 국적의 김 다닐(14)군도 2년 전인 6학년 때 학교를 떠났다.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중언어 강사가 일을 그만두면서 학교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김군은 “이중언어 강사 선생님이 도와주실 때는 느려도 열심히 노력하면 학교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4학년 때 선생님이 일을 관둔 뒤에는 혼자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번역하며 공부했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안학교에서 러시아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있다는 김군은 “한국 초·중·고등학교를 계속 다니면 대학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인천에서 이중언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아나스타냐(가명)씨는 “이중언어 강사가 옆에서 모국어와 한국어를 통역해주는 것만으로는 이주배경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과목 교육, 생활지도를 받기 어렵다”며 “이주배경학생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치고 별도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이주배경학생?
학생 본인이나 부모가 외국 국적이거나 외국 국적을 가졌던 적이 있는 학생. 2023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가 ‘이주배경주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한 이후, 교육부는 이듬해부터 ‘다문화학생’ 대신 ‘이주배경학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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