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액 114억 달러 역대 최대

창업 열풍 속 10년새 판매업체 4배

기획·마케팅 있으면 시장진출 가능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화장품ㆍ미용산업박람회(코스모뷰티서울)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에서 외국인 참관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화장품ㆍ미용산업박람회(코스모뷰티서울)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에서 외국인 참관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 향수를 뿌리고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났어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 A씨가 출시한 향수 홍보 게시물에는 이런 후기들이 줄줄이 달렸다.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부터 각종 체험담까지 쏟아졌고 5만원에 가까운 가격에도 제품은 완판됐다. 하지만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시중 중저가 향수와 큰 차이를 모르겠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B씨는 최근 상사로부터 난처한 부탁을 받았다. 가족이 새로 시작한 화장품 사업 제품을 써보고 후기를 남겨달라는 내용이었다. 피부가 예민한 B씨는 정식 판매 제품도 아닌 샘플 용기에 담긴 화장품을 선뜻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직장 상사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연예인, 인플루언서, 평범한 주변 사람까지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시대다. K-뷰티 열풍을 타고 화장품 브랜드 창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화장품 시장의 풍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무역수지 흑자도 처음으로 101억달러를 달성했고 한국은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에 올랐다. 화장품 생산액 역시 17조9천38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 성장의 열기는 창업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2015년 6천422곳에서 지난해 2만8천412곳으로 10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체 수가 2천17곳에서 4천158곳으로 2배 수준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책임판매업체 증가 속도는 훨씬 가파르다.

특히 경기도는 화장품 창업 열풍의 중심지다.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화장품 책임판매업 신규 등록 업체는 경기도에서 2022년 930곳에서 지난해 1천411곳으로 51.7% 증가했다. 최근 4년간 전국 신규 등록 업체 3곳 중 1곳이 경기도에 집중됐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ODM(제조자개발생산) 산업의 성장이 있다. 과거에는 공장과 생산설비를 직접 갖춰야 화장품 사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제품 개발과 생산을 전문 업체에 맡기고 브랜드 기획과 마케팅만으로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실제 국내 ODM 생산 실적은 2024년 4조3천339억원에서 지난해 5조2천603억원으로 1년 새 21.4% 증가했다.

덕분에 화장품 산업의 문턱은 낮아졌다. 유명인뿐 아니라 자영업자, 직장인까지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사례가 흔해졌다. K-뷰티 산업 저변 확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브랜드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속도만큼 이를 관리하는 제도 역시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누구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만큼 소비자들은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지 정부는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