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투표용지에 경기도지사 후보 두 명밖에 안 나와 있었지 않나요?”
익명 커뮤니티 등 SNS를 중심으로 이번 6·3 지방선거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후보군이 5명 다 적혀있지 않았다”, “받은 사람마다 투표용지가 달랐다”는 식이다. 근거 없는 의혹의 말미엔 “제 기억 상 그런데요…”라는 책임회피성 단서가 따라붙는다. 개인의 왜곡된 기억일지라도, 다수가 동조하면 확신이 된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터무니없는 의심을 확신으로 둔갑시키는 강력한 불씨가 됐다.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이 황당한 행정 참사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키우고, ‘부실선거’ 의혹의 증거가 됐다. 얼핏보면 ‘재선거’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지는 듯하지만, 그 안에선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불신을 발판 삼아 혼돈만 더해지고 있다.
선관위의 대응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본투표 당일 “경기도내 투표소에서의 투표용지 부족은 파악된 바 없다”던 경기도선관위는 지난 8일에서야 현황 파악을 마쳤다. ‘경기도의 투표소가 가장 많아서’, ‘경기도 지방선거 투표율이 매번 높지 않아서’라는 핑계로는 소명되기 어렵다.
경기도에서만 무려 23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의 초기 발표에선 경기도의 투표용지 부족 사례가 공개되지도 않았다. 과연 유권자들이 23곳은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방패 안에서 ‘주권 감수성’에 안일했던 선관위가 치러야 할 대가이기도 하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의 집회는 20·30대가 주축을 이뤘다. ‘소중한 한 표’가 행정 무능으로 가로막힌 것에 대한 정당한 분노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은 청년들이 학습한 것은, 정당한 분노는 세상을 바꾼다는 것일 테다. 참정권 회복의 목소리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휩쓸리기 전, 선관위 개혁으로 신뢰를 되찾을 마지막 기회다.
/이영지 정치부 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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