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불법대출 ‘종잣돈 마련’

20~30대 개인회생 신청 늘어나

‘포모’에 손실 위험 큰 투자 동참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6.6.10 /연합뉴스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6.6.10 /연합뉴스

인천지역 대학생인 A(26)씨는 최근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굳이 재단을 찾지 않아도 학비를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지만 주식 투자에 사용할 이른바 ‘시드머니(종잣돈)’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학자금 대출 금리가 연 1.7% 수준으로 워낙 낮다 보니, 주식 시장에서 연 2% 이상의 수익만 내도 사실상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라며 “대출금을 안전한 차익 거래이자 레버리지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B씨는 코스피 폭등장에 투자할 현금을 마련하려다 ‘지옥’을 경험했다.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미등록 대부업자에게 100만원을 빌린 것이 화근이었다. 연이율이 무려 4천600%에 달했고, 이자는 수천만원까지 불어났다. 대부업자는 가족과 지인의 연락처, 신분증을 들고 찍은 사진 등을 빌미로 폭언과 폭행, 야간 협박을 일삼았다. B씨는 결국 금융감독원 신고와 경찰 수사의뢰를 거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채무자 대리인’ 지원을 받고서야 겨우 빚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코스피가 8000까지 치솟는 등 역대급 불장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드는 인천지역 2030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젊은이들은 빚을 갚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이로 인한 폐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10일 인천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주식 투자 실패나 고금리 소액대출로 인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20~30대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다. 불법 추심 피해자에게 무료 변호사를 지원하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의 올해 1~5월 신청 건수는 684건으로, 전년 동기(385건)보다 77.7% 급증했다. 특히 이 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24.5%에서 올해 33.4%로 10%p 가까이 증가했다.

청년층이 위험을 무릅쓰고 빚투에 나서는 배경에는 포모(FOMO·소외 불안 증후군) 심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상승하는 집값과 육아 비용, 얼어붙은 취업 시장 속에서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나 가족 부양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인천지역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C(24)씨는 “부모님한테 받는 용돈은 물론 아르바이트 월급까지 모두 증권사 예수금으로 밀어 넣고 상시 투자 대기 상태를 만드는 친구들이 많다”며 “근로소득만으로는 완벽한 경제적 자립을 이뤄낼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주식투자를 시작하려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30 세대의 과도한 빚투를 막기 위한 금융·제도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장년층과 달리 청년층은 자산 규모가 작고 돈을 벌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다 보니, 손실 위험이 극도로 높은 공격적인 투자에 뛰어드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단순히 대장주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레버리지나 위험한 파생 ETF 상품으로 접근한다”며 “이러한 고위험 상품은 장이 꺾이면 하락 폭이 엄청나 하루 만에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정부가 수익률이 높은 청년미래적금 등 특화된 저축 상품 등을 통해 청년들이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게 해주고,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