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수원시 올림픽공원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사기 중단 및 소녀상 철거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6.1.2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수원시 올림픽공원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사기 중단 및 소녀상 철거 촉구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6.1.2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위안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할 수 있는 개정 위안부피해자법 등이 11일부터 시행되며 피해자 보호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다만 혐오표현을 규율할 차별 개념 자체가 법체계 안에 없는 상황에서 혐오 피해가 극심해질 때마다 개별 입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여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개정 위안부피해자법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방송·정보통신망·집회·강연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보다 벌금 상한이 5배 높으며 예술과 학문 등의 목적은 예외다.

해당 개정안이 마련된 직접적 계기는 위안부 피해자 모욕 글과 동영상을 SNS에 수십 차례 게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김병헌(1월23일자 2면 보도 등)씨 사건이다. 앞서 김 대표가 2024년 소녀상 모욕 행위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도 사자명예훼손죄가 친고죄인 탓에 법원은 ‘광고물 무단 부착’ 경범죄만 적용해 벌금 10만원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뉴스분석] 멈추지 않는 역사 피해자 모욕, 법은 왜 손을 못 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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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가 최근 수원 등 전국 곳곳에서 소녀상 철거 시위와 위안부 피해자 모욕을 반복하면서 ‘처벌 사각지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대표가 과거 소녀상 훼손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시위를
https://www.kyeongin.com/article/1758067

이번 법 시행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겨냥한 허위사실 유포에 처벌 근거가 생기면서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되지만 혐오 규제의 근본적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형법상 모욕죄·명예훼손죄는 특정 개인을 향한 표현에만 적용되고 집단을 겨냥한 혐오표현은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언급 이후 발의된 ‘일베 금지법’ 역시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혐오 게시물을 겨냥한 개별 입법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정규(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포괄적인 법이 있어야 특정한 혐오 표현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차별과 혐오 표현을 규율할 수 있는데, 차별금지법이 없다 보니 개별 사안마다 특별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오히려 반대 진영에 ‘정치적 입법’이라는 빌미로 악용되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관련 법체계 연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이 축적돼 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2016) 보고서는 “상당수의 혐오표현이 개인이 아니라 표적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형사규제·민사규제·행정규제는 모두 개인이나 특정된 집단에 대한 권리 침해만을 다룰 수 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법체계 안에서 차별의 개념을 정의하고 혐오 표현을 규율할 근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를 담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첫 발의 이후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위안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운동에서 오랫동안 필요하다고 해온 법이고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차별금지법은 ‘차별이 무엇인지’ 정의 규정을 법체계 안에 처음으로 세우는 법인데, 이 기준이 없으니 ‘혐오를 조장한다’, ‘차별을 정당화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혐오 범죄를 처벌하거나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나라들은 예외 없이 차별금지법을 기본으로 두고 있다”며 “개별 사례마다 대응하더라도 결국 ‘차별이 조장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너른 정의와 합의가 차별금지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