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가 43년을 바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의 건축철학을 돌로 빚은 공간이다. 성당에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바닥까지 물들고, 나뭇가지처럼 갈라지며 하중을 분산하는 기둥들이 압도한다. 성당 외부가 ‘돌로 지은 성경’이라면, 내부는 ‘기둥과 빛이 이루는 경이의 숲’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가우디는 자연의 구조에서 신의 설계도를 읽어냈다. 그에게 건축은 기도였을 테다.
‘신의 건축가’ 가우디의 최후는 허망했다. 미사를 마치고 거리를 걷던 가우디는 노면전차에 치여 쓰러졌다. 행색은 남루했고, 주머니엔 신분증 대신 견과류가 들어있었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친구인 에우세비 구엘(1846~1918)이 삶을 마감한 뒤 절제된 채식주의자로 살았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고, 빈민 병원으로 실려 갔다. 치료를 거부한 가우디는 사흘 만에 생을 마치고 최후의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에 잠들었다.
가우디 타계 100주기인 지난 10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중앙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축복했다. 인간이 신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가우디의 신념으로, 몬주익 언덕보다 0.5m 낮은 172.5m로 설계됐다. 교황은 전쟁과 폭력, 무관심에 반대하는 평화와 관용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건축을 통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을 연결하려던 가우디 정신과 맞닿아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3월 착공해 144년 만에 외관이 완성됐지만, 정문인 ‘영광의 파사드’와 내부는 아직 공사 중이다. 사람들의 기부금으로만 지어지는 ‘속죄 성당’이라서 건축 속도를 높일 수 없었다. 가우디는 미완성을 예감하고 있었다. 가우디가 세상을 떠났을 때 25%만 지어진 상태였다. “내 고객은 서두르지 않는다.” 가우디에게 고객은 신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완공되지 않은 채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어쩌면 미완이기 때문에 더 위대해졌는지 모른다. 한 사람의 천재가 설계하고, 다섯 세대의 사람들이 이어 짓고 있다. 자신이 그 끝을 보지 못할 줄 알면서도 수십 년간 석고 모형을 깎았던 가우디처럼, 누군가는 자신이 누리지 못할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몰두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기적은 첨탑의 높이가 아니라, 끝을 보지 못할 줄 알면서도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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