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상해지만 양형기준 1~3년뿐
과거 5번의 벌금형도 동종 범죄
시민단체 “또다시 면죄부” 비판
올해 초 결혼이주여성 A씨는 집에 있다가 악몽 같은 일을 당했다. 남편 B씨는 A씨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A씨는 목검으로 머리 등을 수차례 맞았다. 그 과정에서 목검이 부러졌지만, B씨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B씨는 또다른 목검을 가져와 폭행을 이어나갔다.
A씨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막았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손가락뼈가 모두 부러졌다. 그는 현재까지도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지만 B씨가 받은 형량은 고작 1년10월에 그쳤다. 중한 상해가 있어 양형기준에 따라 징역 1년에서 3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11일 열린 B씨의 특수폭행 혐의 선고공판에서 형사11단독 강면구 판사는 B씨에게 징역 1년10월을 선고하고 30시간의 가정 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라며 “피고인이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을 선고받은 적이 없고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들은 B씨를 엄벌해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총 111개 단체에서 1천445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판결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법원은 B씨가 과거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을 선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가 다섯차례 벌금형을 받았던 것은 모두 동종 범죄로 인한 것이었다. 재범 위험이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또다시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판결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배우자에게 체류 자격과 생활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혼이주여성은 체류 자격을 빌미로 남편과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놓이기 쉬워 가정 폭력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 역시 A씨가 갓 입국한 시점에 벌어졌다. 피해 당시에는 외국인등록 신청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건강보험은 현재까지도 가입하지 못한 상태라 치료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낮은 거 같다”며 “지난 5월 첫 공판에서 변론이 종결됐고 곧바로 선고 공판으로 이어졌는데 피해자 안정과 회복을 위해 빠르게 재판이 진행됐다기 보다는 쏟아지는 사건 중 하나로 여겨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시은·목은수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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