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사랑을 데우는 ‘모자 엄마’

 

포기하지 않고 마음으로 신뢰 쌓아

남편 든든한 지원… 홀로 자리 지켜

“진심으로 다가갈 때 가장 큰 행복”

장애인 쉼터 아이들에게 ‘모자 엄마’로 불리는 강경애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2026.6.4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장애인 쉼터 아이들에게 ‘모자 엄마’로 불리는 강경애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2026.6.4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여야 봉사도 즐겁게 할 수 있어요.”

27년째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있는 목욕 봉사자 강경애(66)씨. 장애인 쉼터 아이들은 그를 ‘모자 엄마’라고 부른다. 봉사하는 날이면 언제나 모자를 쓰고 나타나는 그에게 아이들이 붙여준 애정 어린 별명이다.

강씨가 처음 목욕 봉사를 시작했을 때 맡은 대상자는 뜻밖에도 남성이었다. 당시 39세였던 그는 젊고 앳된 외모 탓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목욕 준비를 모두 마치고도 신뢰를 얻지 못해 한두 시간씩 기다리다 발길을 돌려야 했던 날도 있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상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먼저 다가가고 진심을 전했다.

강씨는 “제가 목욕시키는 게 마음에 안 들면 죽을 힘을 다해 얼른 나으세요. 이렇게 좋은 세상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깝잖아요”라며 위로를 건네곤 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어두운 분위기를 밝히려 애쓴 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의 진심이 전해진 덕분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목욕 날만 되면 대상자들이 서로 먼저 하겠다며 간병인들을 재촉하는 유쾌한 풍경이 펼쳐졌다.

요양원을 중심으로 이어오던 그의 봉사활동은 10년 전부터 남양주 오남리에 있는 장애인 쉼터 ‘천사의 집’으로 무대를 옮겼다. 매주 수요일이면 “모자 엄마 왔다”라며 반갑게 안겨오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이제는 그의 가장 큰 행복이다.

강씨는 “이렇게 큰 사랑을 또 어디서 받아보겠느냐”며 “그만둬야지 생각하면서도 수요일만 되면 다시 목욕 가방을 챙기게 된다”고 웃었다.

처음 천사의 집에서 목욕 봉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함께하던 봉사자는 25명에 달했다. 하지만 고되고 힘든 과정 속에 하나둘 떠났고, 지금은 강씨 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봉사를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데에는 남편의 든든한 지원이 있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매번 봉사 현장까지 이동을 책임지며 가장 가까운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다.

강씨의 봉사 정신은 아버지에게서 비롯됐다. 암 투병으로 누워 있던 아버지를 위해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몸을 씻겨드렸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몸소 보여준 이웃 사랑을 보며 자연스럽게 봉사의 길을 걷게 됐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봉사지만 강씨는 늘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모든 분들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재산”이라며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사랑과 행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다가갈 때 가장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