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판소리, 송도 적신 ‘용기의 물결’

 

판소리와 뮤지컬 결합… 공연 전 추임새 체험부터 바닷속 판타지 세계로 이어지는 무대

워터파크서 시작된 아이의 모험과 물에 대한 공포, 가족의 지지 속에 극복하는 과정 그려

인천 송도 신도시 트라이보울이 아이들의 웃음과 엄마·아빠의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지난 13일 오후 2시 이곳에서 열린 판뮤지컬(판소리와 뮤지컬이 결합한 공연) ‘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 공연 풍경이다.

판소리와 뮤지컬을 결합한 ‘판뮤지컬’이라는 형식을 내세운 만큼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객석에 앉은 어린이와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추임새 연습’이 진행됐다. ‘얼씨구’ ‘좋다’ ‘잘한다’ ‘예쁘다’ 등의 추임새를 모든 관객이 큰 목소리로 따라 하는 오프닝은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데 무척 효과적이었다. 억지로 참여해야 하는 소극적인 구경꾼에서 전통 장르 판소리를 능동적으로 감상하게 만드는 영리한 오프닝이었다.

이 작품은 문은아 작가의 동명 소설 ‘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이 원작이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폐장을 앞둔 판타지 워터랜드의 마지막 영업일에 놀러온 9살 ‘연지’(김두리 분), 오빠의 따듯한 손길, 목소리, 까만 안경테 이외에는 오빠에 대해 아무 것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물속아이’(오유라 분),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다정한 겁쟁이 ‘고래선장’(설재영 분) 등이 극을 이끈다. 또 상체는 물고기, 다리는 사람인 ‘물고기 사람’(유정민 분)과 상체는 사람이며 다리는 물고기인 ‘인어’(김하준 분), 그리고 물을 무서워하는 연지의 엄마와 황금시계를 삼켜버린 째깍상어가 등장한다. 원작의 워터랜드 안내자이자 수호신 ‘버블맨’은 고래선장 등 다른 캐릭터로 대체됐다.

트라이보울 중앙 원형 무대 중심을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9살 연지가 물을 무서워하는 엄마와 폐장을 앞둔 워터파크에 놀러 갔다가 바닷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원작의 서사를 잘 살려 무대로 옮겼다.

지난 13일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판뮤지컬-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 현장. 2026.6.13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지난 13일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판뮤지컬-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 현장. 2026.6.13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번 공연의 ‘권장연령’은 ‘5세 이상’으로 안내됐다. 객석의 어린이는 대부분 30~40대 엄마·아빠의 손에 이끌려 공연장을 찾았다. 작품 속 연지의 엄마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물을 무서워한다. 큰 결심을 하고 연지를 난생처음 워터파크 풀장으로 들여보내면서 구명조끼 버클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이날 공연장의 부모들 대부분은 부모가 되기 이전인 2014년 4월 16일에 101분 동안 304번의 죽음을 목격한 트라우마의 피해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연지는 해적선의 물미끄럼틀을 타고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에 뛰어들며 물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멋지게 감내하며 헤쳐나간다. 부모들은 어떤 마음으로 연지와 물속아이를 지켜보았을까. 작품의 후반부에서 오빠는 연지에게 동생을 지켜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건넨다. 연지는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답하지만 오빠는 연지에게 “손을 꼭 잡아주고 있잖아. 그거면 돼”라고 말한다. 연지의 손을 잡고 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엄마의 마음도 같았다.

이번 무대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의 하나로 인천문화재단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이 주관했다. 평소 가족 단위 공연을 접하기 어려웠던 송도 지역에서 거둔 ‘전석 매진’ 성과가 지역 내 문화적 갈증이 얼마나 깊었는지 방증한다. 타이틀에 걸맞은 판소리 특유의 멋과 색채가 담긴 넘버가 더 풍성했으면 좋았겠지만, 신선한 시도로 의미는 충분했다. 시민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 무대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