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공직사회 통솔·갈등 조정 등 숙제
선거과정 나뉜 민심 탕평·협치 포용력 시급
시민 이익 따르는 ‘생활시장’·교육정책 완성을
선거가 끝났다. 개표 결과는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표심은 단순히 특정 정당의 승리를 넘어 그동안 전국 선거의 잣대이자 민심의 저울추 역할을 해온 인천만의 실리적이고 냉철한 주권자 의식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후보를 새로운 인천시장으로 선택했고, 도성훈 교육감에게 다시 한 번 인천교육의 지휘봉을 맡겼다.
근래 인천은 집권당과 야당 후보가 번갈아 시장을 맡는 등 특정 정당의 권력 독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 권력과 지방의 이해(利害)가 완벽하게 합치되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은 선거 막판을 뒤흔든 도덕성 프레임과 네거티브의 역풍이다. 유정복 후보의 가상자산(코인) 은닉 및 신고 누락 의혹은 현역 프리미엄과 행정 경험보다 공정 정서에 민감한 청년층과 중도층의 이탈을 부추겼다.
박찬대 후보의 승리 요인은 여당 프리미엄의 극대화와 체감형 민생 공약의 선점에 있다는 여론이다. 시민들은 막대한 예산과 법의 지원이 필수적인 숙원 사업들을 차질 없이 해결할 적임자로 그를 선택했다. 대통령과 교감하고 국회를 움직여 인천의 이익을 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통했다. 아울러 이음카드 혜택 확대와 민생회복 100일 프로젝트라는 생활 밀착형 공약도 소상공인과 젊은 학부모들의 표심을 움직였다. 도성훈 교육감의 3선 성공 역시 8년 현직 프리미엄이 주는 정책적 안정감과 기저에 깔린 진보 교육 성향의 우세한 여론 덕분이다. 진보 진영 후보가 갈라졌음에도 유권자들은 교육 행정의 급격한 변화보다 일관성을 택했다.
그러나 승리의 화려한 조명이 꺼진 자리에는 당선자가 독자적인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가 가로놓여 있다.
시장의 경우 첫 번째는 거물 정치인 출신으로서 이른바 상왕(上王) 정치, 혹은 섭정의 그늘을 어떻게 걷어내고 행정을 이끌어갈 것인가의 문제다. 만약 인사권이나 시책 결정 과정에서 중앙정치의 입김에 휘둘리는 인상을 준다면 박찬대 당선자는 리더십의 조기 균열을 맞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행정 경험이 전무(全無)하다는 본질적 한계의 극복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전문화된 관료 조직을 장악하고 쏟아지는 첨예한 이해관계를 지혜롭게 조율해야 하는 복잡한 행정 현장이다. 박 당선자가 과연 노련한 공직사회를 어떻게 장악하고 통솔할 것인가, 그리고 신도시와 원도심 간 지역 갈등과 이익집단의 거친 민원들을 어떻게 사려 깊게 조정해 낼 것인가가 그의 자질을 검증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우선 선거 과정에서 나뉜 민심을 수습하는 일이 시급하다. 치열했던 네거티브 공방의 앙금을 털어내고 여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과 야당 소속의 기초단체장들을 아우르는 탕평과 협치의 포용력이 필요하다. 도성훈 교육감 역시 보수 성향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인천만의 교육정책을 완성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계속 지켜내야 한다.
인천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는 화려한 거대 담론이 아니다. 사실 시민의 삶을 촘촘하게 돌보는 일이 시작이고 끝이다. 전임자가 기획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정책과 후보자들의 좋은 공약들은 잘 이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박 당선자는 이제부터 당론에 움직이는 ‘정치시장’이 아니라 시민의 이익에 따르는 ‘생활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천시민은 결코 맹목적 지지자가 아니다. 인천은 실리와 민생을 기준으로 언제든지 매서운 심판을 내릴 수 있는 정치적 의리가 까다로운 도시다. 어느 조직이든 견제 없는 독주는 위험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오만은 독(毒)이다. 비판의 소리를 늘 귀담아듣고 깊이 새기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시장과 교육감, 그리고 새로 입성하는 인천의 리더들이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탕평 시정을 통해 가시적인 민생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인천의 미래를 앞당겨 주기를 바란다.
/신원철 인천 연수구 초대·2대 민선구청장·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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