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이 한 가정을 파산시키고 있다. 하루 10만~15만원, 월 300만~450만원에 이르는 간병비는 이미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병은 개인의 불행일 수 있다. 그러나 간병까지 가족의 몫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지금 우리의 돌봄은 국가가 아니라 가족에게 맡겨져 있다.
이 문제는 일부의 일이 아니다. 고령화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간병은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위험이다. 하지만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됐지만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그 공백은 가족이 메운다. 직장을 그만두고, 소득이 끊기고, 생계가 흔들린다. 간병이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위험으로 번지는 이유다.
실제 현장에서는 간병비를 감당 못해 가족이 직접 돌봄에 나서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계를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돌봄의 공백이 가족의 희생으로 메워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제 전환이 필요하다. 돌봄을 사적 책임이 아닌 사회적 인프라로 봐야 한다. 핵심은 국가 간병 책임제이다. 정부는 간병비를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해 최소한의 돌봄을 공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전면 지원에 가까운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병원 중심의 구조를 넘어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돌봄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간병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과 경제의 문제다. 가족 간병으로 인한 경력 단절은 개인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이미 많은 가정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지금의 방치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더 큰 비용을 미래로 미루는 일일 뿐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회만큼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대한 책임이다. 간병이 파산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존엄은 말뿐이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결단이 필요하다. 간병 책임제는 돌봄을 공적 책임으로 전환하고, 국가적 차원의 정책과 재정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조규태 대한웰다잉문화협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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