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2026.6.11 /공동취재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2026.6.11 /공동취재

6·3 지방선거는 부실 선거의 끝이 어딜지 짐작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총체적 부실에 휩싸이고 있다. 단순히 투표용지 부족뿐만이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후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처음에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를 서울 14곳이라고 했다가, 전국 50곳으로 발표하더니 다시 91곳으로 정정했다. 지난해 12월 선관위원 회의 없이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투표용지가 유권자의 절반이 안되는 곳이 1천300곳이 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인 명부가 누락되는가 하면 경기도와 전북 교육감 선거에서는 개표결과가 중복 반영되기도 했다. 처음 문제가 된 서울 송파구에서는 투표용지가 전체적으로는 남았지만 관내 투표소 별 투표용지 분배에도 실패했다. 이미 2022년 사전투표 중 코로나19 확진자 표를 소쿠리에 보관하여 문제가 됐고, 2024년 총선 때 경기 수원정에서는 유효표를 무효표로 분류하는 집계 오류가 발견된 적이 있다.

이러한 선거 관리의 총제적 부실에 항의하는 청년층의 분노는 급기야 1987년 6·10 민주항쟁 39주년 기념일에 전국 대학의 시국선언으로 이어졌다. 온 국민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1987년 대통령 직선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한국 민주주의 공고화의 기틀을 닦았다. 그러나 선거 관리의 총체적 난맥은 절차의 공정이라는 핵심 가치를 무너뜨리고 선거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흔드는 심각한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설치한 것은 1960년 제2공화국을 출범시켰던 제3차 개헌 때로서, 이승만 정권 때 난무했던 부정선거를 막고, 선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중앙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배제하면서 선관위는 견제나 감시의 사각지대로 성역화됐다. 선관위 직원의 친인척 특혜 채용에 대해서는 ‘전통’이라며 사태를 덮기 바빴다.

극우세력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가 선거 부실 사태에 편승해서 재선거나 부정선거음모론으로 확산시키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정치권도 국정조사와 특검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야 하며, 사법당국도 철저한 수사를 통하여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원 포인트 개헌을 해서라도 지금의 선관위 시스템을 근본부터 혁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