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이대남’ 민주 손절

수평적·정보 대칭성 안될땐 갈등

IMF·팬데믹 성장서사 들여다봐야

분석·비판보다 손잡고 안아줄 때

최준영 (사)인문공동체 책고집 이사장
최준영 (사)인문공동체 책고집 이사장

지난달 경기사회포럼이 주최한 특강에서 김찬호 교수(성공회대)의 소개로 ‘손절사회’(이승연 저)라는 책을 알게 됐다. 곧바로 주문해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고 있다.

‘손절사회’를 읽고 있는 와중에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손절 사태를 목격했다. 6·3지방선거에서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2030세대, 특히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이 뜨악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무려 75%의 표가 몰렸다. 가히 더불어민주당과 정원오 후보에 대한 확실하고도 분명한 손절 선언이라 할 것이다.

‘손절사회’는 타인을 감정적 득실에 따라 평가하며, 손절이라는 행위를 통해 관계를 최적화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적 과제가 되었다고 말한다.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인간관계, 그 안에 담긴 각자도생의 논리를 심리학에서 대중문화에 이르는 전방위적 탐구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세상사 모든 일은 관계의 상호작용이다. 하물며 인간관계는 소통과 길항의 연속성 위에 놓여 있다. 소통과 길항에는 전제가 있다. 수평적이어야 하고, 또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빠져서는 안 된다. 세대 간의 갈등은 그 전제를 도외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수평적이며 정보 대칭성이 보장되지 않는 관계는 결과적으로 손절의 결과를 초래한다.

청년과 정치, 정치와 청년의 갈등이 바로 그 지점에서 나타난다. 기성세대는, 그중에서도 특히 진보 연하는 기성세대일수록 청년들과의 진지한 소통 대신 섣불리 대상화하려 하고, 그 대상에 대한 회유책을 내놓기에 급급할 뿐이다.

우선은 그들의 성장 서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어린 시절엔 부모의 불행(IMF)을 내면화했다. 그로 인한 고통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단절과 고립을 인내해야 했다. 친구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고, 동기 얼굴도 모른 채 대학을 마치기도 했다. 사회에 나와서 맞닥뜨린 현실은 또 어떤가. 불안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몇 마디 말로 위로하거나 달콤한 공약으로 치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손절 이전의 감정 상태에도 주목해야 한다. 외로움이다. 한나 아렌트는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외로움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이 되었다”고 전제한 뒤 “외로움은 타자의 인정을 받으며 살아갈 터전을 잃은 상태에 이르러 ‘뿌리뽑힘’과 ‘쓸모없음’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면서 자라난다”고 진단한다. ‘전체주의의 기원(4장)’에서다. 과거엔 주로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외로움을 호소했다면 지금은 10대와 20대가 더 외로운 세대다. 외로움을 넘어 불안에 떠는 세대가 되었다(조너선 하이트, ‘불안세대’에서).

외로움은 이따금 고독으로 승화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 외로움 끝에 손절을 결행한다는 건 대단히 모순적이며 역설적인 현상이다. 모순적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가.

우선 깨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섣불리 비판하고 어설프게 관계 회복을 강요하는 대신 겸손하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무엇보다 공동의 관심과 비전을 도모할 장(場)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시 김찬호 교수의 강의로 들어가 보자.

“어느새 우리는 소통의 장(場)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관계는 개별적 관계망으로 대체되었다. 나날이 강화되는 확증편향의 시대에 다름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내침과 단절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손절사회다.”

6·3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청년세대의 분노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참으로 얄궂다. 혹자는 그들이 신자유주의에 침윤되었다고 하고, 혹자는 기성세대에 대한 르상티망(ressentiment, 불어: 증오, 질투)이거나 샤덴프로이데(Schadensfreude, 독일어: 남의 고통을 볼 때 느끼는 만족감)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조금 더 따뜻해지면 좋겠다. 평가·분석·비판하기보다 우선 다가가서 손잡아주고 안아주는 친구가 필요한 때다.

/최준영 (사)인문공동체 책고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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