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지도 바꾸고 세계를 마주한다
구석기 문화연구 핵심적 위치 ‘연천’
1978년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출토
아프리카 인류, 동아시아 도달 증거
내년 잠정목록 등재 목표 본격 도전
30여 년간 총 8천500점 가량의 유물을 수습하는 엄청난 고고학적 성과를 거두었다. 유적 면적은 약 79만 9천 평방미터, 깊이는 지표에서 최대 8미터 아래까지 내려갔다. 추정연대는 학자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약 30만년 전으로 보고 있다. 이리하여 세계 고고학 지도에 서울은 안 나와도 전곡리는 명확히 표시되었다. <유홍준의 ‘국토박물관 순례’ 중>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쓴 책 ‘국토박물관 순례’의 첫 번째 유적지는 연천 전곡리였다. 선사유적지의 세계 지도를 바꾼 그곳이다. 전곡리 유적은 동아시아 구석기 문화 연구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연천군은 이러한 전곡리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14일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일대를 내려다보기 위해 국사봉에 올랐다. 유적지인 전곡리 515번지 일원은 한탄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 너머에 넓게 자리했다. 비교적 평탄한 현무암 대지가 펼쳐진 곳, 잘 가꿔진 유적지 주변으로 나무가 경계를 그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바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출토됐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1978년 그렉 보웬에 의해 발견됐다. 위는 둥글지만 아래는 뾰족하고 떼어진 면들이 다소 울퉁불퉁하게 겹쳐져 있는 주먹도끼는 동아시아 지역에는 아슐리안이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엎는 새로운 발견으로 세계 학계를 흥분시켰다. 이는 아프리카를 출발한 고인류가 동아시아까지 도달했다는 직접적인 고고학의 증거로서 전곡리 유적을 대표하는 유물로 자리잡았다.
전곡리 유적은 주먹도끼 발견의 후속 조치로 1979년 사적 제268호로 지정됐다. 이후 20여 차례의 발굴 조사를 진행했고, 유구가 잘 보존된 층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비롯한 많은 구석기 유물들이 발견됐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온전하게 보존돼 있는 이곳은 발굴 현장을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친근한 곳이면서도 고고유산의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기본적으로 인류 진화 단계에서 갖춰야 할 생존 전략에 담겨진 주먹도끼가 동아시아에서도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인류 제일성의 보편적 가치를 품고 있는 유적”이라며 “개발의 위험성을 다 버티고 지정된 범위가 온전하게 잘 보존되고 있는 부분은 굉장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연천군은 세계 구석기 역사를 바꾼 이 전곡리 유적을 2029년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와 연계할 계획이다. 유적의 문화와 자연적 가치, 세계적 잠재력을 부각시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의 등재를 본격 추진하며 내년 잠정목록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십년에 걸쳐 이뤄진 학술 조사와 연구 등이 쌓여온 만큼 이제는 도전해볼 시기가 왔다는 판단에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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