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리 유적’ 유네스코 세계유산 발걸음
국가지정문화재로 제도적 보호 장치
30여년 구석기축제 주민 노력 강점
유물 아닌 출토 장소 가치 입증돼야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있어야 한다. 문화유산의 경우 등재 기준인 6개의 항목 중 하나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유적의 보존상태가 진정성과 완전성 요건에 맞아야 한다. 또 보호와 관리를 위한 제도적인 체계도 필요하다. 단, 전곡리 유적은 유물이 아니라 출토된 장소로서의 고고학적 가치를 중심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인류 진화에 대해 수많은 퍼즐을 맞추는 와중에 전곡리 유적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퍼즐의 한 부분이다. 그 모양을 만들어가기까지 연천군과 주민들을 포함한 모두가 유적의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며 “이제는 그 결과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화종 한양대학교 연구교수는 ‘세계유산관점에서 본 전곡리유적의 가치’ 연구에서 전곡리 유적의 세계유산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세계유산 기준 Ⅱ의 핵심은 ‘인류 가치의 교류’로, ‘아슐리안’이라는 용어 자체가 인류의 진화와 문화를 지칭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또 기준 Ⅲ에서는 ‘독보적인 증거’를 강조하며, 전곡리 유적은 다수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출토된 고고학적 가치가 이를 뒷받침 한다고 했다.
진정성과 완전성의 측면에서는 약 80만㎡의 지정 면적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유적의 고고학적 맥락이 온전히 보존돼 있으며, 보호와 관리 측면에서도 유적 발견 직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심층적인 학술연구와 국제 비교연구를 통해 등재 기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천군의 경우 등재기준 Ⅲ과 더불어 Ⅴ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곡리 유적은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적으로 거치며 변화해 온 자연환경에 인류가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보여주며, 선사 인류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자연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해왔음을 보여준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30여 년 간 구석기축제를 이어가며 가치있는 땅으로 남기기 위한 노력을 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은 전곡리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한 원동력이자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군 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행보에 탄력이 더해지고 있다.
고고학에서 중요한 유적으로 주목받아온 전곡리 유적은 오랜 시간 조사와 연구가 이뤄져 왔다. 세계유산의 등재 가능성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절차와 평가기준에 맞게 정교히 다듬어가는 과정이 필수다. 유적은 그동안 형성 시기와 주요 유물의 연대에 대해 다양한 학설과 해석이 존재해 왔다. 연천군은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한 연대 측정과 지질 고환경 분석, 국제 공동연구 등을 통해 유적의 학술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입증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또 군은 인류의 진화과정은 물론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무엇보다 유적을 형성하고 있는 토층의 지질학적 특성이 잘 남아 있어 이를 추진 과정에 잘 녹여내겠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유적인 만큼 세계사적 의미와 독창성을 강조하는 OUV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윤미숙 연천군 문화유산팀장은 “현재 잠정목록 신청 용역을 1차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은 용역 결과가 나오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기존의 구석기 유적과 비교해 차별성과 우월성 차원에서 비교사적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정리해서 체계화하고, 홍보하는 과정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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