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요 늘면서 장소 공유 인기

인적 드문 곳·유사 촬영 장소 찾아

“타인 피해·사고 유발… 과열 주의”

/챗GPT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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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 산본동 한 구축아파트 단지 입구에 자리한 상가. 편의점, 병원 등 주민들이 드나드는 시설이 모여 있는 1층을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외부인 출입금지’라고 적힌 경고문이 붙은 출입문 너머로 불 꺼진 가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탁소 안 옷걸이에는 겉옷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고, 분식집 벽에는 메뉴와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영업을 시작할 듯한 모습이었지만, 지하층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막한 복도 곳곳에 버려진 폐자재와 먼지 쌓인 가구들은 섬뜩함을 자아냈다.

공간 자체로 공포가 느껴지는 이곳은 영화 ‘백룸’ 관람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명소’다.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 위해 공포영화 수요가 늘면서 촬영지나 비슷한 공간을 찾고 공유하는 게 유행이 됐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장소나 위험한 곳을 찾는 일이 잦아지면서 안전 문제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백룸이 개봉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촬영지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소와 방문 후기가 잇따라 올라왔다. 조용한 공간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질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이른바 백룸 감성이 느껴지는 장소를 공유하는 ‘백룸맵’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유행은 안전사고나 범죄에 노출될 우려를 낳기도 한다. 사이트나 SNS에 나오는 곳은 폐건물, 외곽 도로 한복판에 있는 공사장 등이다. 체험 후기 아래에는 ‘낮에 가도 사람이 없어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이런 곳들은 평소 인적이 드문 탓에 사고가 발생해도 발견이나 신고가 늦을 수 있다.

앞서 영화 ‘살목지’가 흥행하면서 늦은 시간 외곽에 있는 저수지를 찾는 사람이 늘었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일대 출입을 막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충북 충주에선 공포체험을 하러 갔다가 사망사건을 목격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4일 20대 대학생 4명이 1992년 개장 후 이듬해 폐장한 리조트를 찾았다 숨진 30대를 발견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가 개인의 일상에 녹아들면서 남들과 다르거나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을 인증하고 공유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가운데, 촬영지나 영화 속 낯선 분위기가 느껴지는 장소가 인증 문화와 합쳐지면서 유행을 만든 것”이라면서도 “벽이나 난간을 타는 ‘파쿠르’가 유행할 때 추락사고가 빈번했던 것처럼, 안전 사고를 유발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로 과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