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는 홈피서 모두 삭제

청라소각장 등 다양한 해법 제시

“정책 연구… 당선자 수용도 해야”

지난달 인천시 부평구의 한 사거리에 설치된 선거현수막 사이로 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2026.5.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달 인천시 부평구의 한 사거리에 설치된 선거현수막 사이로 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2026.5.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6·3 지방선거 이후 인천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과 공보물을 업로드해 기록으로 남기자는 글이 올라왔다. 당선자들의 공약이 지켜지는지 관심을 가지자는 것인데, 흥미롭게도 낙선 후보들의 공약까지 함께 공유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유권자 다수의 선택을 받은 낙선 후보들의 좋은 공약들이 폐기돼선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홈페이지 ‘정책·공약마당’에 당선자들의 공약을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유권자들이 감시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낙선한 후보들의 공약은 모두 삭제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일 치러진 인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인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낙선 후보들의 공약들이 있다. 초대 제물포구청장 자리를 두고 국민의힘 김찬진 당선자와 접전을 벌여 49.78%의 득표율로 석패한 더불어민주당 남궁형 후보는 노년층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1년에 100만원 가량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지급하던 ‘어르신 품위유지비’를 기본소득 형태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부평구청장 선거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이단비 후보는 자신의 출생연도인 ‘1988년’에서 착안한 ‘88공약’을 선보였다. 그는 구청장 연봉의 88%만 받아 절감분을 부평지역의 ‘천원주택’ 유치 기금으로 기부하고, 업무추진비를 88%만 사용해 나머지는 ‘부평형 공공 키즈카페’ 조성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주8일 동네출근제’를 실시해 주말마다 동 행정복지센터를 돌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나 민감한 현안을 두고 후보들이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 공약들도 있다. 서구청장 선거에서는 지역의 가장 뜨거운 현안인 ‘청라소각장(자원순환센터) 폐쇄·이전’을 두고 후보 간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구재용 서구청장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임기 내 해결’을 강조하며, 취임 즉시 인근 지자체와 합의해 공동 광역 소각장을 신설해서라도 마침표를 찍겠다고 역설했다. 낙선한 국민의힘 강범석 후보는 속도보다도 주민 수용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폐기물 운반 차량의 이동 경로와 폐기물 반입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통제하는 TMS(운송관리시스템) 확대 등 환경 관리를 약속했다. 무소속 김용섭 후보는 최대한 많은 주민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옹진군수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수익을 어떠한 방식으로 군민들에게 돌려줄지를 두고 각기 다른 방안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정민 옹진군수 당선자는 ‘주민이익공유제’를 약속했다. 어민들에 대한 보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출자펀드’를 조성해 에너지 수익을 도서지역의 복지와 교통망 확충을 위한 재원으로 환원하겠다고 했다. 낙선한 국민의힘 문경복 후보는 해상풍력 수익을 군민들에게 직접 연금 형태로 돌려주는 ‘풍력 연금’을 약속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후보들의 공약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며 “후보들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각계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 도출해낸 ‘공공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어 “낙선 후보들의 공약도 보존해 이를 토대로 활발하게 정책연구도 실시하고 좋은 공약은 당선자가 수용하기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