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초전기념비’ 문화재 등록 박연희 市학예연구사
죽미령 전투 기록한 동판·안내판
화성 등지 조사하며 이야기 정립
희생 되짚어보는 관련 전시 기획
전쟁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일상을 사는 도시 한복판에 미사일이 떨어지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울부짖는 세계의 모습이 영화가 아닌 실제 뉴스인 것이 21세기 현실이다.
76년 전 이 땅에도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세계가 우리를 돕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왔다. 유엔(UN)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로 유엔군이 창설되고 처음으로 투입된 전쟁이 한국전쟁, 오산 죽미령 전투였다.
박연희 오산시 초전기념관 학예연구사는 죽미령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유엔군을 기리는 초전기념비 관련 유물을 연구하고 조사해 ‘경기도등록문화재’로 등록했다.
초전기념비는 1955년 죽미령 전투에 참전한 유엔군, 스미스부대원들이 전쟁이 끝난 후 전사한 전우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직접 돌을 쌓아 만든 기념비다.
특히 박 학예사는 초전기념비와 함께 죽미령 전투와 스미스부대의 현황을 기록해둔 옛 동판과 한국노무단(KSC) 안내판을 함께 문화재로 등록했다. 초전기념비는 익히 알려진 전쟁유물이지만 동판과 안내판은 대중에겐 생소한 유물이다. 전쟁 유물은 실물로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시간이 오래 지났기에 유물의 역사를 알아내기도 어렵다.
박 학예사는 “전쟁의 상흔을 증명할 수 있는 실물 유물은 그 자체로 소중한 근현대 유산이라 함께 등재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평택 미8군을 수시로 찾아가 묻고, 당시 신문기사와 오산·화성시사 등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유물이 품은 이야기와 가치를 정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학예사는 “전쟁 직후 워낙 어려운 시절이라 기념탑 동판이 도난당하는 일이 흔했는데, 초전비 동판도 도난을 당했었고 돌고 돌아 1977년 미국 하와이 골동품 가게에서 지갑종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이 찾아 미25사단의 도움으로 어렵게 한국에 다시 들여왔다”고 말했다. 또 “지 회장이 자택에 보관해왔는데, 2014년 오산이 유엔군 초전기념관을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무단 안내판은 전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쟁유산이다. 한국전쟁 당시 산악지형이 많은 탓에 물자 수송에 어려움을 겪던 미군이 한국인들로 구성한 지게부대를 운영한 것이 한국노무단의 시초였다. 박 학예사는 “기념비를 둘러싼 담장에 안내판이 있었지만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전국을 수소문해도 이런 안내판이 있는 곳이 없었다”며 “조사 끝에 1972년에 노무단 부대가 초전비를 자발적으로 정비하면서 남긴 유일한 안내판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미군과 한국군의 교량 역할을 하며 현존하는 한국노무단은 한국전쟁이 남긴 유산이다. 박 학예사는 “오는 9월에 한국노무단 관련 전시를 기획 중인데, 전쟁으로 인한 희생을 되짚고 고민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