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 하트어택
시작은 작년 10월… 3400선 지수 출발
커뮤니티·SNS 휩쓴 ‘주식’ 국민 관심
종잣돈 필요해 대출에 손대는 대학생
인천 ‘채무자 대리인’ 이용 청년 증가
그야말로 ‘주식열풍’이다. 최근 단톡방이나 카페, 음식점에서 주식 얘기를 빼면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주식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천선에서 숨을 고르던 코스피는 무섭게 질주를 시작, 어느새 꿈의 지수라는 9천선을 돌파했다. 매일 등락을 거듭하며 개미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주식 시장. 그간의 국내 주식시장 흐름과 투자 열풍을 짚어본다.
■ ‘자고 나면 앞자리가 바뀌네’…롤러코스터 타고 사상 최고치로
시작은 지난해 10월이었다. 10월 초 3천400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한 달 만에 4천포인트를 돌파했다. 기세는 새해에도 이어지면서 올해 1월 5천선, 2월 6천선을 순식간에 넘었다.
탄탄대로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3월 미국과 이란 간 중동전쟁이 발발하며 주식시장은 극단적인 변동성 장세에 진입했다. 그러나 5월 이후 주식시장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대외 리스크 해소가 맞물리며 다시 한번 날개를 달았다. 지난달 코스피는 장중 7천선을 돌파하더니 사상 최초로 9천선 고지마저 밟았다. 18일 현재 코스피는 9천63포인트로 장을 마감하며 전대미문의 길을 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는 올해 들어서만 매도 사이드카 12회, 매수 사이드카 14회 등 사이드카가 총 26차례나 발동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시 영향력이 확대된 상황 속에서 이들의 분 단위 주가 및 수급 변동성이 지수 전체로 전이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코스피는 역사상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시현하는 중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 2배 폭등이라는 상징성이 주식 보유자들의 단기 수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직장인도, 학생도…너도나도 주식에 혈안
“월급 루팡 하면서 주식창만 보는데 벌써 한 달 치 월급 넘게 벌었네요.”, “이번 주에 가입한 주린이인데 지금이라도 레버리지 타야 하나요?”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나 SNS, 주식 토론방 등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글들이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금 주식을 안 하면 늦을 거 같다는 심리적 불안감(FOMO·포모)까지 겹치면서 전 연령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주식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대학생들도 주식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단순히 공모주 청약이나 소수점 투자로 소소한 용돈 벌이를 시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주식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종잣돈)를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에 손을 대거나, 심지어 급전이 필요한 학생들이 불법 소액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 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불법 추심으로 피해를 입고 센터를 통해 무료 변호사를 지원받은 ‘채무자 대리인 제도’ 이용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5월 신청 건수는 684건으로, 지난해(385건)보다 77.7% 늘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24.5%에서 올해 33.4%로 10%p 가까이 증가했다.
인천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모(25)씨는 “근로소득만으로는 답이 없을 거 같고, 예적금은 이제 매리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취업은 힘들고,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소식이 들리니 주식투자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금이탈 막으려 저축은행 금리인상
금화·모아·인성·인천, 0.4~0.5%p ↑
전문가 ‘특정 업종 편중된 상황’ 경고
“변동성 클 수 있어 위험투자 삼가야”
■ 통계로도 나타나는 주식 열풍
주식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시중 자금이 은행권을 이탈해 증권 시장으로 향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중 인천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천지역 금융기관의 총수신은 전분기 대비 6천733억원 감소했다. 특히 시중 예금은행의 수신 감소액이 6천323억원에 달해 자금 이탈을 주도했다. 언제든 돈을 빼서 증시 대기 자금으로 옮길 수 있는 요구불예금(-2천294억원)과 기업들의 자금 통로인 시장성수신(-7천84억원)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의 통계에 증권사 예탁금 수치는 포함되지 않아 이탈 자금의 향방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산 관리의 무게추가 저축에서 투자로 급격히 기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한 지역 금융권의 수신 금리 경쟁도 치열해졌다. 18일 기준 금화·모아·인성·인천 등 인천에 본점을 둔 4개 저축은행들의 정기예금(12개월·단리) 금리는 모두 지난해보다 0.4%p~0.5%p 가량 상향됐다. 지난해에는 3% 내외 수준이었던 수신 금리가 현재는 3.5%에서 높게는 3.9%대까지 상향 조정됐다.
인천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식시장 불장이 이어지면서 시중 저축은행들은 수신 잔액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정기 예금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경쟁력 확보를 통해 자산 시장으로 이탈한 자금을 다시 유입시키려는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반도체 의존도 높은 장세…변동성 확대 우려에 위험 투자 지양해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승장이 특정 업종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극단적으로 집중되며 두 대형주의 분 단위 주가와 수급 변동성이 코스피 지수 전체를 흔드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나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의 AI 랠리 등 관련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반도체 주식과 코스피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다만 주가는 언제나 떨어질 수 있고, 향후 변동성이 굉장히 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나치게 위험성이 높은 투자 방법들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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