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굴곡의 역사 틈새로 마주한 예술의 시간 ‘걸작’
‘국교정상화 60주년’ 日 요코하마와 기획 9월27일까지
재일조선인 조양규·송영옥 등 1950년대 첫 교류 담아
백남준 중심의 협업, 전위미술·대중문화 개방 등 다뤄
2000년대 이후 서로의 고통 직면… 연대 방향성 고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일본 요코하마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전시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다. 1945년 한국의 광복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난 80년간 격동의 시대가 이어져 왔고, 그 사이에서도 두 나라의 예술가들은 교류를 해왔다.
언제나 평탄하고 균형적이지만은 않았지만, 공식적인 전시부터 개인적인 네트워크와 연대의 움직임 등 미술 교류의 역사는 다층적으로 이뤄졌다. 전시는 마치 낯선 길 위에서 모험을 하는 로드무비처럼 이어지며, 두 나라의 예술적 교류와 향후 관계를 과연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게끔 구성됐다.
모두 5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양국의 미술가 43명(팀)의 작품 200여 점이 소개되는 전시의 1부 ‘사이에서: 재일조선인의 시선’에서는 광복 이후에도 일본에 남아 활동을 이어간 재일조선인 미술가들 중에 리얼리즘 계열의 조양규와 송영옥, 추상실험을 전개한 곽인식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일본 미술계 안에서 활동한 이들은 1950년대의 첫 교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섹션에서는 하야시 노리코 작가의 ‘북으로 간 일본인 아내’를 다룬 프로젝트도 볼 수 있는데, 북송산업에 참여한 일본인 아내들의 목소리를 통해 복잡하지만 단단한 여러 감정을 드러내며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역사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백남준과 일본 예술가들’에서 백남준을 중심으로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예술가들과의 교류가 지속되는 과정을 소개한다면 3부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넓어진 길’에서는 양국의 미술 교류가 제도화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 시기를 다룬다. 1965년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는 이루어졌지만 정치적 사회적으로 충분한 정리와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일본 미술의 수용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1960~1970년대에는 한국 현대미술이 일본의 주요 미술관을 중심으로 먼저 소개됐다. 이 섹션에서는 일본에서 열린 주요 한국미술전을 중심으로 이우환, 박서보, 유영국, 서승원 등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며, 당시 출품됐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또 3부에서는 일본 전위미술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사이토 요시시게, 하이 레드 센터의 멤버였던 다카마쓰 지로, 일본 현대미술의 주요 경향인 ‘모노하’를 대표하는 스가가시오와 같이 한국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게 된다.
4부 ‘새로운 세대, 새로운 관계’에서는 1990년대 단계적으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이뤄지던 때를 다룬다. 특히 개인의 이동과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로 고낙범, 이불 등 한국작가들과 교류를 시작한 나카무라 마사토,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적 감각을 공유한 두 나라 청년 작가들의 만남과 협업의 전환점을 짚어본다.
마지막 5부에서는 2000년대 이후 양국의 작가들이 서로의 역사적 문제와 고통을 마주하고 연대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나카 고키와 다카미네 다다스는 각각 동일본 대지진과 재일코리안과의 결혼이라는 경험을 통해 한국인에 대한 역사를 돌아보고, 김인숙의 작품은 재일코리안의 존재를 구체화해 보여준다. 정연두 작품 역시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의 삶에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단순히 미술 분야의 교류를 넘어 다양한 사건과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해 만나고 연대하는 예술적 방향성을 찾아가본다.
복잡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도 예술가들의 소통이 이루어져 가는 지점들이 여러 갈래로 교차하는 순간을 느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9월 27일까지 이어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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