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질환 인정률 낮고 지역별 편차

 

227일 소요… 120일로 단축목표

질판위, 의무·근무기록 등 검토

직업성 암·정신질환 판정률 ↓

서울북부, 뇌심혈관 47.9% 적용

경인북부 21.8% 전국 하위 수준

일하다 질병을 얻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뇌심혈관질환’과 ‘근골격계질환’, ‘정신질환’, ‘직업성 암’ 등 주요 질환의 산재 인정률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질병과 일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질판위)의 문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산재 판정까지 평균 ‘7개월’… 생계 곤란 등 노동계 지적

산재를 인정받으려는 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이 파악한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은 지난해 기준 평균 227.7일로 7개월이 넘었다. 처리 기간이 너무 길어 산재 노동자들이 생계 유지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노동계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은 내년까지 120일(올해 160일)로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 주요 질환들, 산재 ‘인정률’ 일제히 하락

2008년 출범한 질판위는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다. 의사, 공인노무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질판위는 신청인이 제출한 의무기록과 근무기록, 작업환경 조사 결과 등을 검토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심의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집계한 전국 질판위의 판정 건수는 2021년 1만6천441건에서 지난해 3만2천313건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산재 신청 건수는 ‘근골격계질환’(지난해 2만5천524건)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었으나, 인정률은 주요 질환에서 모두 하락했다. ‘직업성 암’ 인정률은 2021년 66.2%에서 2025년 44.1%로 22.1%p 떨어졌고, ‘정신질환’ 인정률은 70.8%에서 56 .0%로 14.8%p 낮아졌다. ‘근골격계질환’ 인정률도 66.6%에서 59.6%로 7.0%p 감소했다. ‘뇌심혈관질환’ 인정률은 2021년 38.6%에서 2025년 29.7%로 떨어지며 30% 밑으로 내려갔다.

■ “같은 질병인데 지역마다 판단 달라”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별로 꾸려진 질판위 간 인정률 편차도 적지 않다. 노동자마다 업종과 작업 환경, 건강 상태 등이 다른 만큼 지역별 차이가 나타날 수는 있다. 다만, 특정 지역의 인정률이 수년째 전국 평균을 밑도는 등 편차가 발생해 그 원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뇌심혈관질환’ 인정률은 서울북부 질판위는 47.9%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인천과 경기 북부 지역을 담당하는 경인북부 질판위는 전국 질판위 중 두 번째로 낮은 21.8%에 그쳤다. 수원과 화성 등 경기 남부를 담당하는 경인남부 질판위도 28.2%로 전국 평균(29.7%)에 못 미쳤다. 경인지역 질판위의 뇌심혈관질환 인정률은 2021년에는 전국 평균보다 높았지만, 2022년부터는 4년째 평균을 밑돌고 있다.

인천에서 산재 등 노동 상담을 진행하는 김은복 건강한노동세상 대표(노무사)는 “같은 산재 제도를 적용하는데도 지역별 인정률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질병판정위원회 운영 방식과 심의 문화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위원회는 임상 의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토론보다는 의학적 판단에 무게가 실리는 경향이 있어 노동 환경이나 업무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경인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인정률이 낮은 질환이 적지 않은 만큼 심의 과정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