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스스로, 이론보다 몸으로 안전 익힌다
밀폐공간 작업장 사망사고 빈번
맨홀 구조체험·장비 조작 ‘실습’
하청업체 위험작업 ‘중처법 노출’
11월까지 계획…전국 확대 추진
“자, 실제 상황이라 생각하고 작업자를 구조해 보세요!”
인천 부평구에 있는 대한산업안전협회 중부지역본부 교육장. 강사의 지시에 따라 교육생 2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맨홀 작업장을 구현해 놓은 훈련장에 들어섰다. 가상의 맨홀 깊숙한 곳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황을 가정한 50㎏ 무게의 구조용 더미(마네킹)가 놓여 있었다. 교육생들이 맨홀 구조용 삼각대(맨홀 리프트) 장비에 연결된 도르래 장치(권양기·와이어 윈치)를 돌리자 ‘탁, 탁, 탁’ 소리와 함께 와이어 끝에 연결된 묵직한 마네킹이 지상으로 끌어 올려졌다.
최근 맨홀 등 밀폐공간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현장 맞춤형 실습 교육이 인천에서 진행되고 있다.
밀폐공간에 대한 안전 교육이 주로 이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직접 장비를 조작하고 구조를 체험하는 전문 실습 교육이 개설된 것은 전국에서 인천이 처음이다. 이 교육은 인천테크노파크(인천TP)와 대한산업안전협회 중부지역본부가 협력해 전액 무료로 진행된다.
지난 19일 교육에는 밀폐 공간에서 주로 일하는 관련 업종 종사자들과 기업의 안전관리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실습 교육의 핵심은 맨홀 사고 발생 시 사용하는 구조용 삼각대 설치와 인양 작업이다. 교육생들은 안전 장비 착용법부터 안전끈(생명줄)의 매듭을 짓는 방법, 삼각대 설치 방법, 맨홀 아래 쓰러진 사람을 끌어올려 지상으로 안전하게 인양하는 방법 등을 직접 체험하며 익혔다.
통상 밀폐공간에서 유해가스 노출 등으로 노동자가 쓰러졌을 때, 내부 상황을 모르는 동료가 아무런 장비나 조치 없이 구출하러 들어갔다가 함께 사망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이 같은 위험 작업은 소규모 하청업체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고, 사고 발생 시 도급사와 발주사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무거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대한산업안전협회 측의 설명이다.
맨홀 등 밀폐공간의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서모(54)씨는 “이론을 알고 있어도 연습하지 않으면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게 된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실전처럼 구조 기술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어 실제 상황이 닥치더라도 조치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인천 한 대기업에서 안전 분야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김모(45)씨는 “회사 자체 교육에서는 직원 한두 명만 시연해보고 나머지는 옆에서 지켜보는 수준에서 끝났다”며 “여기 와서 구조용 삼각대를 직접 설치하고 끈을 매어 무거운 더미를 직접 들어 올려보니 주의할 점이 명확히 와닿는다”고 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된 인천형 밀폐공간 실습 교육은 오는 11월까지 이어진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인천에서 시작한 교육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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