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선, 장동혁과 거리 둔 인물들 ‘성과’

現 체제는 보수 외피로 위장된 가짜 보수

尹어게인·부정선거론 구태 번복땐 미래 없어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6·3 지방선거가 남긴 정치적 함의는 집권연합에 대한 견제·경고의 의미와 보수 재건을 위한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보수의 재정립은 가능할까.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재보선에서도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면서 지금의 장동혁 체제 순항의 명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는 외관일 뿐이다. 내용은 전혀 상반된다. 오세훈 시장은 철저히 장동혁 지도부와의 절연과 비판을 선거의 동력으로 삼았고, 부산 북구갑의 한동훈 의원은 장동혁 대표에 의해 제명된 보수 인사다. 평택을에서 승리한 유의동 의원 역시 국민의힘 지도부와는 다른 중도 보수의 노선을 걸어왔다. 그리고 광역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2대 4로 참패했다. 장동혁 체제의 퇴진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부실선거를 명분삼아 장동혁 지도부는 퇴진은커녕 구 친윤인 정점식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을 고리로 당권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민국 보수는 길을 잃었다. 두 명의 대통령의 탄핵·파면,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뿐만이 아니라 극우의 광기와 음모론에 포섭된 당 주류의 퇴행이 지금의 ‘보수의 외피로 위장된 가짜 보수’를 결과했다. 장 대표의 퇴진 여부가 한국정치의 주요 어젠다가 된 지 오래다.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정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에서 보듯 국민의힘 내부의 지역구 구도는 뚜렷한 한계를 보여준다. 전체 지역구 90석 중에서 거의 60%가 영남인 구조에서 합리적 개혁보수의 길을 찾기 어렵다. 결국 장동혁 체제가 자신들의 2028년 총선에서의 공천에 유리하다는 판단과 한동훈의 복당으로 인한 당내 권력지형의 변화가 오히려 공천에 불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치공학의 차원을 넘어 장동혁 체제의 퇴진이 곧 보수의 재건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번 선거에서 보듯이 오 시장과 한 의원의 승리가 보수의 재정립으로 이어지려면 당내 권력지형의 변화는 물론 보수가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성장담론으로 유능함을 과시하며 합리적 보수의 길을 지향했던 정신은 온데간데 없다. 외형적으로나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용했던 ‘경제 민주화’ 등의 진보의제를 채택할 생각도 철학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오 시장과 한 의원의 쌍두마차가 보수를 견인할 실제의 정치세력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진정한 시대정신을 담보하려면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한다.

보수가 직시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영남과 서울 강남의 연대의 틀에 머물러 있는 구조적 한계를 혁파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득권 구조에 안주하지 않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개혁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면 공고화의 길로 접어든 진보 권력을 대체하기 어렵다. 진보이슈로 무장한 현재 권력을 이기려면 박제화된 이념보수의 길을 탈피하고 과감한 보수의 재정립을 시도해야 한다. ‘기승전 이재명 대통령 사법리스크’의 프레임으로는 정권 창출은 물론 정치세력으로의 연명도 힘들다. 언제까지 서울 강남과 영남이라는 이익연합과 지역연합에 머물 것인가.

보수할 가치가 있는 전통과 관습, 자발적 동의에 입각한 권위 등을 상징자산으로 하는 보수가 살아나려면 구태한 반공과 색깔론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한다. 노동세력에 대한 광범한 포용과 대북관계에서의 유연한 태도, 중국에 대한 편협한 피해의식 등도 혁파해야 할 대상들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여야의 진영은 물론 거대 양대 정당내 계파간의 해석이 자신들의 이해의 관점에서 엇갈리지만 민주당 역시 이재명 대통령이 인정했듯이 승리라고 하는 것도 무리다. 이러한 선거패배와 부실선거, 당권투쟁 등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정치환경이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론의 박제화된 이슈로 정치적 생명을 연명하려는 것은 보수의 소생을 압살하는 것이다. 일부 극우 세력과 장동혁 지도부, 국민의힘 영남 기득권의 연합세력이 제23대 총선에서 특정지역을 볼모로 구태를 반복할 때 보수의 미래는 없다. 대구시장선거에서의 국민의힘 승리가 이를 부인하는 증거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