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가 사라진 시대, 어린이다움의 부재
성인 음악 범람 속 풍부한 심성·추억 선사
미미하지만 이 무대로 ‘어른 책임’ 짊어져
공연은 풍금 소리로 문을 연다. 소프라노가 풍금 반주에 맞춰 윤극영의 ‘반달’을 부를 때, 관객들도 함께 따라 부르며 무대가 시작된다.
지난 6일 오후 2시 한중문화관 공연장에서 열린 인천 콘서트 챔버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 ‘한국근대동요열전’의 서막이다.
공연은 1926년 출간된 윤극영의 동요집 ‘반달’ 탄생 100주년 기념 무대라는 부제도 갖고 있다. 약 100분 동안 진행된 무대는 한국 창작 동요의 효시로 인정받는 윤극영의 ‘반달’을 시작으로 민족 문화 운동으로서의 동요, 전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동요, 인천의 모습이 담긴 동요, 일본 교과서에 수록된 한국 동요, 오늘날의 동요에 이르기까지 약 25편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어느 날, 트롯의 한 소절을 유창하게 부르는 어린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트롯이 어느덧 3대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음악은 시대를 반영하기에 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했다. 하지만 음악가로서의 책임감이라 포장하며, 다소 고집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떠올렸다. “어린이는 어린이에게 맞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이렇게 ‘한국근대동요열전’이 탄생했다.
어른을 위한 음악이 범람하는 시대에 100년 전 오로지 어린이를 위해 탄생한 창작 동요만으로 가득 채운 무대였다. 특히 반주는 풍금에서 아코디언과 피아노로 변화하는 과정을 서사로 담아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를 본래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연출했다. 과거 우리 선배 음악가들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동요를 탄생시켰다. 한국 근대에 유입된 서양 조성 음악을 기틀로 삼아 작사가와 작곡가를 명시하는 창작 동요를 세상에 선보였다. 어린이들은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랐다. 이 모습을 재현하고 싶었다. 어린이만을 위한 무대보다는 3대가 함께 객석에 앉아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어린이에게는 풍부한 심성을, 어른에게는 따뜻한 추억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래서 2015년 단체 창단 이후 처음으로 관람 연령층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되도록 많은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하길 바란 무대였다. 감사하게도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하며 목청껏 동요를 부르고, 웃거나 감동에 겨워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동요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시도가 적지 않다. 하지만 과거보다 동요가 설 자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필자는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100년 전, 동요를 탄생시킨 우리의 선배들이 오늘 다 같이 동요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즐거워할까요?” 공연이 끝난 뒤에는 한 가족이 이런 말을 건넸다. “동요를 오랜만에 불러서 즐거웠고, 아이들과 함께 노래해서 행복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기획 의도가 닿았다는 감사함을 느꼈다.
어른을 위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어린이의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 그런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어른의 모습 또한 익숙한 시대다. 어린이다움이란 무엇인지,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 답을 거창한 곳에서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느 가족의 한마디처럼 동요 한 곡을 함께 부르는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음악으로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만드는 일, 미미하지만 이번 무대가 짊어진 분명한 어른의 책임이었다.
/이승묵 인천콘서트챔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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