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사 임기때 도의회 여야 동수 순탄치않아

전임 도정 지우기·결벽 인사 철칙에 비판도

다른 문법 추후 평가, 다시 유쾌한 반란 응원

김태성 정치부장
김태성 정치부장

지방선거가 끝났다. 수십 년치 신문이 보관돼 있는 경인일보 자료실에 들러 4년 전 신문들을 꺼내어 정독해 본다. 2022년 6월3일자 헤드라인은 ‘민주당이 아닌 김동연의 승리’였다. 4년 전 지방선거의 결과는 이번 선거와 정반대다. 텃밭이라 여겼던 지역에서조차 국민의힘에 단체장을 뺏긴 더불어민주당인데, 김동연 후보가 다수 지역에서 우위를 보이며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이겼다는 이유였다고 기록됐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김동연 지사의 퇴임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24일) 시점으로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에게 지금의 시간은 쏘아 올려진 화살 같을 것이다.

김동연 지사의 임기는 이렇게 큰 기대 속에 시작됐다. 민주당 플랜B로 불리면서, 차기 주자로 거론되던 시절도 있었다. 김동연 지사도 포부가 컸다. 변화를 통해 ‘기회의 경기’를 만들고,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는 게 그의 캐치프레이즈였다. 하지만 그의 반란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기회’의 도지사로 재선 도전에 나섰으나, 당 경선에서조차 큰 차이로 패배하면서 도민들에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지방선거를 선수가 아닌 관전자의 입장으로만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본인 외에는 알 수가 없다.

정치 입문 전 김동연은 공직에서 신화 같은 존재였다. 주경야독으로 공부해 행정고시에 합격, 엘리트 관료들이 즐비한 기획재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정치색이 옅은 실력파 관료였기에, 진보·보수 정권 가리지 않고 요직에 등용됐으며, 국무조정실장과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했다. 이후 택한 것이 정치다. 김동연 지사는 정치 역시 평범치 않게 입문했다. 정당들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대선 후보로 나섰고, 이후 민주당과 합당 과정을 통해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 전세를 뒤집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김동연 지사의 임기는 초반부터 순탄치 않았다. 경기도의회 여·야 동수라는 극한의 대립 상황 속에 임기가 시작됐고, 김동연만의 정책을 펴기엔 전임 도지사인 이재명의 그림자도 너무 컸다. 이때 무리하게 전임 도정을 지워내고 새로운 색을 입히려는 게 결국엔 악수(惡手)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지사 시절 도정의 주축이었던 인사들이 인수위 과정까지 김동연과 함께했지만, 이들의 자리는 도정이 출범하며 어느새 새 인물로 교체됐다.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김동연의 기회소득도 경기도에서 혼재되며, 당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도의회 민주당 조차 그의 편이 되지 않았다.

김동연 지사 임기 초였던 2022년 11월, 필자는 데스크칼럼을 통해 ‘결벽도 문제, 적재적소가 필요하다’는 글을 쓴 바 있다. 캠프 출신 인사에 대한 기용은 없고, 비서실장조차 공무원을 공모로 뽑아서 쓰는 결벽처럼 느껴진 과도한 인사 철칙에 대한 비판이었다. 경기도정은 경기도지사 혼자 이끄는 게 아닌데, 김동연 지사는 유독 곁에 자신을 희생하며 돕는 동지로 불릴만한 사람이 역대 지사와 비교해 적어 보였다. 민주당에서 정치적 입지도 좁았던 그는 어쩌면 임기 내내 정치적 외로움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원칙에 따라 등용됐던 일부 고위 인사들이 이제 그의 반대편에 서서 그를 비판하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부끄럽지만 정치부 데스크로 김동연 지사를 자주 뵙지는 못했다. 그의 성향인지 측근들의 심기 경호 탓인지, 역대 지사들과 비교해도 접촉이 쉽지 않은 도백(道伯)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를 그림자처럼 쫓으려 했던 현장 기자들조차 아직 그와 작별의 시간이 없었다고 하니 섭섭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김동연 지사는 임기 동안 기회소득 등의 성과를 냈다. 계파와 조직에 기대지 않고 다른 문법으로 도정을 운영한 점도 추후 평가받을 부분이다. 이제 경기도지사의 자리에서 떠나지만, 그가 내놓은 비전 등을 볼 때 여전히 한국 정치에서 소중한 자산인 것도 사실이다. 그의 정치 복귀 장소가 그의 새 거주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게 분당일지 산본일지 모르지만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유쾌한 반란에 성공하길 응원해 본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