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외국인 노동자 지원 조례 큰 의미”

이천 공장서 숨진 청년 동생

경인일보가 전한 소식에 답신

“권리 보호받는 느낌 받았다”

지난 17일 베트남 응에안에 있는 뚜안씨의 남동생 뚜(21세)씨로부터 온 답신.
지난 17일 베트남 응에안에 있는 뚜안씨의 남동생 뚜(21세)씨로부터 온 답신.

청년 노동자 응우옌 반 뚜안(23)씨가 이천의 한 자갈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지 석 달. 경인일보가 지난 9일 경기도의회 본회의 조례 의결 소식을 전하자 일주일 뒤 베트남 응에안에 있는 뚜안씨의 남동생 뚜(21)씨로부터 답신이 왔다.

전국 최초로 제정된 ‘산업재해 사망 외국인노동자 유가족 지원 조례’는 뚜안씨가 만든 결과물이었다. 조례에는 입국 절차 지원, 체류 기간 중 생활 지원, 장례와 시신 송환, 통역과 법률 정보 제공 같은 조항들이 담겼다. 모두 누군가에게는 당연했을 일들이다.

그러나 뚜안씨 가족에게는 무엇 하나 당연하지 않았다. 가족이 한국에 없었기 때문이다. 비행기 표를 끊고 올 형편이 안 되고 언어 때문에 통화조차 쉽지 않았다. 그 사이 수사와 행정은 가족의 동의나 확인 없이도 진행됐다.

뚜안, 스물셋 죽음 뒤의 벽 | 경인일보

뚜안, 스물셋 죽음 뒤의 벽 | 경인일보

불친절은 죄가 아니다. 위임장을 받아주지 않은 것도, 부검 동의를 구할 방법이 없다고 한 것도 절차 위반은 아니다. 법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만 어떻게 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라서 한 번 더 설명해주고, 한 번 더 기다려주고, 한 번 더 물어봐주는 일은 어떤 법에도 의무로 적혀 있지 않다. 그 ‘한 번’을 사람들은 감수성이라 부르지만 ‘몰감수성’은 죄가 되지 않는다. 사고 다음 날 찾아간 경찰서. 사흘 뒤 한국과 베트남에 동시에 차려진 두 개의 빈소. 한 달 뒤 동생이 다시 찾은 사고 현장. 그 세 곳에서 목격한 것은 법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한 가족이 먼 거리 때문에 외롭게 버텨야 했던 석 달의 시간이었다. 누구도 절차를 어기지 않았다는 그 말은 결국, 누구도 더 살피지 않아도 됐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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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매년 산재로 숨진다. 그러나 이들의 부검은 어떻게 결정되고 유족의 동의는 누가 묻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언론은 입건 여부나 수사 진행 상황 같은 사실관계를 전화 한 통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수사가 외국인 유족의 처지를 헤아렸는지는 묻는다고 답이 돌아오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 감수성이 있었는지는 ‘공식’ 질의 항목에 없기 때문이다.

답은 서류 바깥에 있었다. 행정과 수사가 당사자에게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생략하는지는 그 자리에 함께 서 있어야만 보였다. 죽은 이의 가족이 다른 나라에 있을 때 빈자리를 메우는 건 유족을 대리하는 이주인권 활동가들이고, 그들이 위임장 한 장으로 수사기관 앞에 설 때 무엇을 인정받고 무엇을 거부당하는지가 거기서 드러났다.

그 자리마다 함께했다. 사고 다음 날인 지난 3월11일 뚜안씨의 사촌 누나 린(24)씨와 활동가들이 이천경찰서로 향했을 때도 같이 있었다. 이후 빈소를 찾았고, 한 달 뒤에는 사고 현장의 컨베이어벨트 바로 밑으로 뚜씨와 함께 들어갔다. 수사기관의 허락도 가해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오직 당사자의 곁을 따른 동행이었다.

공식 브리핑과 보도자료에는 한 줄로도 남지 않은 절차 뒤에 가려졌던 이야기들을 사흘에 걸쳐 싣는다.

뚜안씨 가족의 편지 전문

지금도 저희 가족은 늘 형 뚜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날이 되면 가족들은 함께 향을 피우고 그와의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떠남은 가족의 마음과 삶에 큰 빈자리를 남겼습니다. 모두가 일상과 생업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여전히 가족의 마음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이 조례는 저희 가족에게 매우 큰 의미입니다. 외국에서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게 되면 유가족들은 깊은 슬픔뿐만 아니라 입국 절차, 비용 부담, 언어 장벽 등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정부가 유가족의 입국, 숙소 제공, 통역 및 관련 절차를 지원해 준다는 것은 가장 힘든 시기에 가족들이 사회의 관심과 배려를 받고 권리를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형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저희 가족은 한국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안전을 더 강화해 주기를 바라게 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근로환경과 안전수칙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사용자의 책임 또한 더욱 높아지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자신의 권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더 나은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번역: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