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에 비기기만 했어도 자력 진출
선발 손흥민·옌스 빠져… 전술에 실패
홍 감독 “잘못 판단해 좋지 않은 결과”
32강 올라도 독일·G조 1위 만나 ‘험난’
홍명보호가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최소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지만, 역대급 졸전을 펼치며 충격의 패배를 떠안았다. 결국 조 3위로 내려앉은 한국은 다른 팀 경기 결과에 따라 32강 진출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에도 결국 ‘경우의 수’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 골은 안 터지고 속이 터졌다
“좋은 위치에서 조별리그를 마무리해 32강에 오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이 같은 각오를 내비쳤다. 1차전 체코에 승리하고 조 1위까지도 넘봤던 한국은 2차전 멕시코에 패배하면서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출전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남아공이 3차전 상대였고,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이 가능했기에 자력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절호의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찬 격이 됐다.
홍 감독은 25일(이하 한국시간)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 변화를 예고했다. 당초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던 손흥민의 포지션과 윙백 옌스 카스트로프 미기용 등 여론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홍 감독의 선발 라인업에는 손흥민도 옌스도 없었다. 남아공은 지난 1·2차전에서 모두 전반 10분 이내에 실점했다. 경기 초반 흐름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90분 내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멕시코전에 이어 두 경기 째 답답한 공격을 이어갔다.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고 결국 남아공에 일격을 당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남아공은 한국의 전술을 완전히 간파하고 나온 듯했다. 한국은 중원에서 빌드업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백승호와 황인범의 패스 길목이 번번이 막혔다. 2선 공격수 이강인이 고군분투했으나 이마저도 막히면서 공격수 오현규에게 볼이 배급되지 못했다. 한국은 패스를 줄 곳을 찾지 못한 채 무의미한 볼 돌리기만 반복하다 역습 찬스를 내주는 식의 패턴을 반복했다.
홍 감독은 후반 손흥민과 옌스를 투입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홍 감독의 전략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난 3경기 중 가장 좋지 않은 경기를 한 건 맞다. 결과적으로 모든 건 제가 판단하고 결정한다”며 “잘못 판단하고 결정했으니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언제까지 ‘경우의 수’ 타령?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된 건 아니다. 16강부터 토너먼트를 진행했던 과거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에선 기회의 폭이 두 배로 넓어졌다. 12개 조의 1·2위 팀이 32강에 직행하고, 나머지 8개 자리는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국가에 주어진다. 3위 12개 팀 중 승점, 골 득실, 다득점, 페어플레이 점수, FIFA 랭킹 순으로 우선권을 준다.
이날 기준 A·B·C조까지 조별리그를 마친 상황에서 1승 2패(승점 3)를 기록한 한국은 4번째 순위에 올라 있다. 골 득실은 ‘-1’이다. 이날 한국과 함께 조별리그를 마무리한 B조 3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1승 1무 1패(승점 4)로 한국보다 승점에서 앞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1승 2패를 기록한 C조 3위 스코틀랜드는 골 득실이 ‘-3’을 기록해 한국보다 아래에 있다. → 표 참조
F조 스웨덴(승점 3·득실 0)과 L조 크로아티아(승점 3·득실 -1)는 아직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상황이지만, 승점이 한국과 같고 골 득실에서 한국을 앞서 있다. 향후 나머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코틀랜드를 포함해 하위 4개 팀이 만들어져야 한국이 32강에 오를 수 있다.
현재 조별리그 최종전을 남겨둔 D~L조에는 스웨덴과 크로아티아 외에도 파라과이와 알제리까지 총 네 팀이 이미 승점 3점을 딴 상태다. 벨기에와 카보베르데가 승점 2점이지만 3차전 결과에 따라 승점을 5점까지도 만들 수 있고, 아직 승점을 1점도 챙기지 못한 I조 세네갈조차도 이라크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한국과 승점이 같아진다. 끝까지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32강에 오른다 해도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이미 E조 1위를 확정한 독일 또는 G조 1위와 맞붙게 된다. G조는 벨기에와 이집트, 이란 등이 조 1위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