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거리. 길이 3㎞에 이르는 이 골목은 마약 중독자와 딜러가 뒤섞여 있다. ‘헤로인 월마트’ 혹은 ‘좀비랜드’라 불린다. 켄싱턴을 지배하는 건 ‘좀비 마약’ 펜타닐이다.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80배가 넘는 중독성을 가진다. 구조가 단순해 쉽게 만들고, 싼값에 유통할 수 있다. 이마가 땅에 닿을 듯 구부정하게 굳어버린 사람. 허리가 뒤로 꺾인 채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 ‘메스버그(meth bug)’라 불리는 극심한 가려움으로 온몸을 긁어 피딱지가 된 모습은 일상 풍경이다. 지옥을 재현한다면 켄싱턴 거리의 모습일 테다.
마약 좀비의 모습이 수원 도심에서 목격됐다. 대낮 아파트단지 인근에서 축 늘어진 팔과 기울어진 자세로 서 있는 30대 남성의 영상이 SNS에 퍼졌다. 순식간에 마약 좀비가 연상된다는 반응이 들끓었다. 간이검사에서 필로폰 양성이 나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예비감정에서 음성으로 뒤집혀 석방됐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이미 퍼진 펜타닐 공포는 쉽게 걷히지 않는다. 앞서 강남 한복판에서는 프로포폴에 취한 30대 여성이 쓰러지기도 했다. 여성의 가방에서는 프로포폴 약병과 주사기가 쏟아져 나왔다.
정부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진행한 범정부 합동 마약류 특별 단속으로 마약류 759㎏을 압수했다. 이 중 인천항에 입항한 선박에서 압수한 대마초 636㎏은 954억원어치로, 127만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양이다. 통관 도장만 찍혔다면 골목마다 번졌을 재앙이었다. 올들어 4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7천178명에 달한다. 10대와 20대가 2천274명이니 3명 중 1명꼴이다. SNS를 타고 번지는 ‘던지기 수법’은 이미 교실 안까지 침투했다. 고등학생이 마약 유통 조직의 지휘책으로 검거되고, 중학생이 마약을 구입해 투약하는 세상이 됐다.
오늘 6월 26일은 세계마약퇴치의 날이다.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은 2020년에서야 의무화됐다. 이수율은 높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교육 내용 대부분이 마약류의 위험성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마약의 경계가 무너져 일상으로 파고든 지금, 예방교육은 공포 전달이 아니라 중독의 구조와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가르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마지막 방어선은 단속이 아니라 교육이다. 켄싱턴 마약 좀비의 그림자가 우리 골목 어귀에 드리워지고 있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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