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품격 상징하는 ‘얼굴’이자 ‘큰어른’

특수한 조직 생리 이끌 경영능력은 필수

지역 현안 꿰뚫고 시장과 의견 교환해야

김성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김성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민선 9기 인천시 출범이 임박했다. 새로운 시정부를 향한 기대감과 맞물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에 대한 지역 문화계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현재 지역 사회의 물음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민선 8기에서 임명된 현 대표이사가 교체될 것인가, 교체된다면 과연 누가 적임자인가이다. 사석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역시 바로 이 두 가지다.

먼저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민선 9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출범 직후 공식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지난 15일 인수위원장을 맡은 맹성규 국회의원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산하기관장의 교체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맹 위원장은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와 관련해 “새로운 시장이 출범하면 협조하는 게 맞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일부 기관장이 자리를 유지하며 ‘버티기’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관련 조례를 두고 “엉뚱하게 해놨다”며 다양한 해석이 나올 여지조차 없앴다. 다만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교체 시기를 유추할 단서가 없을 뿐이다.

맹 위원장이 언급한 조례는 ‘인천광역시 출자·출연 기관의 장의 임기에 관한 조례’다. 그리고 엉뚱하다고 지적한 문구는 ‘이 조례 시행 전에 임명된 기관장의 임기는 종전의 임기에 따른다’는 부칙이다. 이 부칙을 두고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있을 수 있으나, 조례 본래의 목적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기관장의 임기를 시장의 임기와 일치시킴으로써 정권 교체기에 발생하는 인사 갈등을 방지하고 원활한 시정 운영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목적이 이토록 명확하다 보니, 부칙의 문구는 옹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인 ‘누가 적임자인가’로 옮겨간다. 지역 사회의 의견은 대체로 ‘훌륭하고 존경받을 만한 인물’을 모셔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수렴된다. 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단순한 문화 행정기관의 수장이 아니라, 도시 인천의 문화적 품격을 상징하는 ‘얼굴’이자 지역 문화계의 중심을 잡는 ‘큰어른’이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인천 문화의 고유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조건이다.

반면, 외부적인 명망보다는 ‘조직 경영 능력’이 가장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적잖다. 이는 문화재단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생리를 겪어본 이들일수록 더욱 강조하는 대목이다. 살림을 꾸려갈 예산 확보와 집행, 내부 조직의 갈등 관리, 효율적인 사업 추진 등은 단순한 명망이나 명성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문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창작자인 예술가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있으면서도, 특정 장르의 편협함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특히 11개 군·구로 늘어나는 행정체제 개편에 발맞추어 기초문화재단과 광역문화재단의 역할 관계를 매끄럽게 정돈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최근 문화재단의 역할은 단순히 예술인 창작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이 오랜 기간 해결하지 못한 지역의 난제를 ‘문화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부여되고 있다. 과거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던 ‘재단의 독립성 확보’ 요구가 상대적으로 잦아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지금 재단 대표이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은 시장과의 원활하고도 긴밀한 소통 능력이다. 이는 빨강과 파랑 사이를 기계적으로 오가며 처세하는 얕은 정무 감각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보다 지역 현안의 본질을 꿰뚫고 시장과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신뢰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경계해야 할 부류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동안 재단 대표이사라는 타이틀을 얻으려 매달렸던 인사는 배제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봉사가 아니라 직위를 누리고자 하는 사적 욕망은 결국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이 없고 지역 문화계를 반목하게 만들며, 소통의 단절을 가져올 뿐이라는 이유다.

관건은 민선 9기 인천시가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적임자를 얼마나 신속하게, 제대로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또 해답을 굳이 멀리서 찾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